외환딜러들은 연말 원화가치가 달러당 1천4백원대로 하락할 것으로 한때
내다봤으나 최근들어 1천3백원 수준으로 바꿨다.

일부 딜러들은 연말 원화가치가 1천2백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이를 반영하듯 홍콩 싱가포르 등지의 NDF(역외선물환)시장에선 원화가치
(1년짜리)가 1주일전에 비해 1백원이상 오르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말결산을 앞둔 상황에서 원화가치 상승은 기업들에 환차익을 가져다주고
은행들의 BIS(국제결제은행)비율을 높이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원화가치는 실물경기 회복이 동반되지 않은 가운데 수급상황
에 따라 형성된 것이라며 급상승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 원화가치 왜 오르나 =크게 두가지다.

시장 내부적으론 수급상 달러공급 물량이 절대 우위에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 직접투자자금이 원화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18일엔 코가콜라에서 1억달러, 모토로라에서 5천만달러를 풀었다.

19일엔 벽산건설 석고보드 매각대금 7천만달러가 시장에 유입됐다.

한솔제지의 전주공장 매각대금(9억달러가량)도 잠재공급 물량으로 대기중
이다.

게다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도 꾸준히 시장에 나오고 있다.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올들어 순매수한 규모는 5조원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올라가자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의 실망매물도 쏟아지고
있다.

20일엔 중소기업체마저 달러를 풀었다.

기업들의 외화당좌예금은 1백30억달러를 웃돌고 있다.

딜러들은 이같은 공급우위 상태가 적어도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적으론 미국의 금리인하와 엔화강세 영향이 크다.

국제금융 관계자들은 "미국등지의 국제투자자본들이 한국이나 태국으로
발길을 돌리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유는 미국의 금리인하 때문이라는 것.

달러당 1백20엔을 밑돌던 엔화가치도 미국이 금리를 인하한데 따라 다시
1백10엔대로 진입했다.

<> 전문가들의 원화가치 전망 =외환딜러들은 당분간 현재의 원화가치 상승
분위기를 돌려 놓을 변수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은행 이범영 지배인은 "지지선으로 여겼던 1천3백원이 뚫린 이후
상승에너지가 강하게 느껴진다"며 "단기적으론 1천2백50원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지배인은 연말 원화가치를 불과 2~3일전 1천3백50원으로 전망했으나
1천3백원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스탠더드앤드차터드은행의 홍원재 지배인은 "외채상환을 위한 기업들의
달러수요가 우려됐으나 대체로 마무리된 것 같다"며 "달러가 강세를
보인다든가 중국위안화가 평가절하되지 않는한 연말에 1천2백원대 초반도
갈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홍 지배인도 당초엔 연말 원화가치를 1천4백원대로 봤다.

이와관련, 딜러들은 NDF시장의 원화가치 움직임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선물환 원화가치는 지난 12일 <>3개월 1천3백47원 <>1년 1천4백9원에 형성
됐다.

20일엔 <>1주일 1천2백76원 <>3개월 1천2백81원 <>1년 1천2백94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체이스맨해튼은행의 김명한 부지점장은 "단기적으로 1천2백50원 이상으로
올라가면 중기 전망도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원화가치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환은경제연구소 신금덕 박사는 "실물경기 위축이 심각한 상황에서 원화가치
상승은 경기부양조치를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건
원화가치 안정이지 상승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