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에 들어간 것은 경제 사회 산업
국민생활등 전반에 걸친 총체적 부실 때문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부실이란 품질불량의 다른 표현이다.
"품질의 달"인 11월을 맞아 품질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케 하는 대목이다.
과거에 품질이라고 하면 제품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 품질의 개념은 보다 더 확대돼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및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판단, 만족도 등으로 표현되는
등 그 영역이 넓어졌다.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중앙정부의 공공행정도 품질을 평가하는
대상이 돼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국제 규격인 ISO 9000 패밀리 인증획득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품질 진흥에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80년대 후반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던 미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국가품질
전략을 선포한 미국이나, 전후복구를 위해 일찌감치 TQC(Total Quality
Control)를 전개하여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일본의 경우는 우리에게 좋은
예다.
우리나라는 지난 60년대 KS제도 도입, 70년대 분임조 조직 활성화, 80년대
전사적 품질관리 활동체제, 90년대 고객만족의 품질경영체제 도입 등 여러
단계를 거쳤다.
그러나 품질에 대한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95년 한 해에 지불한
품질비용만 약 24조원에 이르며 이중 품질실패 비용만 약 14조원이었다.
국내 가전3사의 생산직 종업원은 20%가 애프터서비스(AS)에 종사하고
있으며 상거래 클레임의 25%가 품질불량에 기인하고 있다.
서울시 수도관의 43%가 이음쇄 접촉불량으로 약 5백30만t의 수돗물이
땅속에 스며들고 있는 것이 우리 품질의 현주소다.
품질에 관한 세계적 석학 필립 크로스비는 제조업체의 경우 비용의 20%,
서비스업체는 비용의 35%가 결함시정에 사용되고 있으며 따라서 품질향상
노력만으로도 매출액의 5~10%까지 이윤증가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단기간내에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
으로서 품질전략을 채택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품질경영은 몇가지 프로그램의 집합이 아니라 일종의 경영시스템이며
이것이 지속적이고 전사적으로 추진될 때 기업의 경쟁력 제고가 가능할
것이다.
품질경영은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부단한 교육 훈련을 실시,
이를 통해 능력이 개발된 조직 구성원이 과학적인 품질관리 기법으로 조직
내의 모든 절차를 지속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고객만족을 달성하는 방법이자
경영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품질경영이 민간부문은 물론 공공부문(정부)에까지 널리
보급되고 발전되어 국민 모두가 품질을 우선으로 하는 "품질한국"의 건설에
나서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