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아시아 외환위기국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국제금융계도 서늘했던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한때 국제금융계는 위안화절하로 아시아가 제2의 환란을 맞게 되며 결국
세계경제는 회복될 수 없는 지경에 빠질 것이라며 만리장성 너머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었다.
중국 경제관료들의 말한마디에 일희일비하기도 했었다.
특히 아시아 위기국들은 외환위기의 수렁에서 미처 빠져나오기도 전에
위안화 절하로 또다시 직격탄을 맞아야 할 것이라는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최근들어 위안화 절하설이 수면밑으로 가라앉은 것은 무엇보다 절하요인들이
많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두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린 결과 미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엔화 시세가 안정을 되찾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한때 미 달러당 1백40엔대를 넘나들던 엔.달러 환율은 최근 1백10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동안 엔.달러 환율이 1백50엔대를 넘어설 경우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분석이었다.
위안화를 방어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도 한몫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까지 위안화 평가절하는 절대 없을 것이라며 위안화 방어를
위한 각종 경제대책을 내놓았다.
중국판 뉴딜정책을 통해 내수경기를 진작시키고 관세환급 등을 통해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제고시키려 안간힘을 쏟았다.
최근에는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의 외화예금 및 대출 금리를 0.5%포인트씩
내리기도 했다.
달러화에 대한 수요를 줄여 위안화 가치 안정을 도모하기위한 조치였다.
1천4백억달러를 넘는 외환보유고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위안화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평가절하 자체가 중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 등의 구매력이 약화돼 위안화를 절하해도 수출증가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수출의 50%가 가공무역인 만큼 자칫 수입품의 단가를 높이는
부작용만 나타날 것도 우려됐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거듭 공언해온 "평가절하 불가"방침을 뒤집을 경우 대외
신인도에 치명타를 받게 된다는 것도 중국으로선 부담이었다.
일본을 대신해 아시아 맹주 자리를 노리는 중국 입장에서는 통화문제가
단순히 경제문제 만도 아닌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위안화 절하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 수출이 둔화되고 경기침체가 가시화될 경우 중국은 결국 위안화를
절하할 것이라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성장률 둔화, 실업자 증가,
수출둔화, 디플레 조짐 등 중국경제 곳곳에 경기침체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며 "경기침체가 위안화의 대폭적인 평가절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