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루니(44) 쌍용템플턴 투신운용사장은 "한국의 실업문제를 해소
하는데는 적극적인 중소기업 육성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정부가 각종
규제를 풀고 은행의 비정상적인 금융관행도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외자유치가 경제위기 극복의 관건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이는 미봉책일 뿐"이라며 "오히려 선진국의 구조조정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Skill)를 배워 오는게 장기적으로 큰 효과를 발휘할수 있다"
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제성장이 기형적이라고 지적했는데.

"한국 경제는 극심하게 왜곡돼 왔다.

시장기능은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고 자원배분도 비정상적으로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가치는 파괴되고 수많은 일자리와 시장이 실종됐다.

모두 정부의 지나친 규제 탓이다.

80년대들어 정부는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이때 환율이 소폭이나마 적정방향으로 움직였고 수출도 늘어났으며 경제
기반도 균형상태로 근접했다.

그러나 1988년을 기점으로 다시 규제가 강화되면서 환율은 적정수준과
동떨어지고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됐다"

-한국의 경제위기는 구조적인 결함 때문인가 아니면 아시아 위기의 부산물
인가.

"한국의 경제위기가 동남아 위기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지만 실제론
무관하다.

한국 정부는 각종 규제를 통해 시장개방을 막아왔다.

이로인한 폐쇄적인 경제구조가 위기를 불러왔다.

IMF 구제금융의 주범은 과도한 외채가 아니라 한국 경제에 대한 불신이다.

한국 기업들은 외채보다는 국내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또 외채가 갑작스럽게 늘어난 것도 아니다.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상수지 적자와 신용등급 하락에 있었다.

이로인해 해외 금융기관들이 외채의 만기연장을 거부하고 조기 상환을
요구하면서 환율이 급등한 것이다"

-한국의 구조조정에 대한 평가는.

"한국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철저하고 신속한 금융 구조조정
이다.

M&A(인수합병) P&A(자산부채인수) 등이 금융분야에서도 일어났지만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부실채권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또 M&A P&A 등 구조조정이 진행된다해도 금융관행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도 없다.

현재 중소기업은 채권발행으론 자금을 조달할수 없고 은행문턱을 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사업하면서 느낀 애로점은.

"너무 많은 규제틀과 선진제도 기피증이 회사를 만들고 경영하는데 어려움
을 주고 있다.

외국 기업은 물론 한국 기업에도 마찬가지다.

다만 한국 기업들은 해외 사업경험이 거의 없어서인지 이를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진입장벽도 문제다.

투신사를 설립하려면 납입자본금 3백억원이 필요하다.

현재 도입추진중인 뮤추얼펀드도 70억원의 납입자본금을 요구하려는
움직임이다.

세계 어느 곳에도 이러한 막대한 자본금을 요구하는 곳은 없다.

구조조정기금의 운용회사로 선정된 로스차일드 스커더 SSGA 템플턴 등도
출범당시의 납입자본금은 이보다 훨씬 적었다.

미국이나 영국은 몇푼만 있으면 창업할수 있을 만큼 규제가 별로 없다"

-대량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서 해야할 일은.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한국의 중소기업은 전체 고용의 85%를 담당하고 있다.

앞으로 새롭게 창출될 일자리의 85%이상도 중소기업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덩치큰 회사들은 구조조정기간이 오래 걸리지만 유연성이 뛰어난 중소기업
은 구조조정이 빠르고 신규 고용창출 효과도 뛰어나다.

한국의 대기업 및 금융기관의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한 대량해고는 80년대
미국의 철강및 자동차업종에서도 일어났다.

미국의 경우 중소기업이 새로운 일자리의 80%이상을 만들어내 대기업에서
해고된 실업자를 흡수했다.

또 실질적인 가치를 창조하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경제회복이 가속화된다.

생계보조 차원의 단순 근로사업은 근본적인 실업해소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자선사업에 불과하다.

정부는 실업해소 프로그램을 주도하기 보다는 지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

직업훈련이나 대형 SOC(사회간접자본)사업 등을 민간부문에 이양해야 한다.

이익을 지향하는 민간부문에서 효율적이고 가치창조적인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 정한영 기자 ch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