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은 들꽃 천지다.

각양각색의 들꽃들이 때론 당당하게,때론 수줍게 피고 진다.

서양화가 김종학씨는 그 들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설악의 작가"다.

지난 79년 서울을 떠나 설악산 작업실에 머물며 들꽃과 들풀을 매개로
설악의 비경과 그 빛나는 생명력을 화폭에 담아왔다.

그의 그림엔 푸른 숲을 배경으로 강렬한 원색의 꽃들이 어우러져 있다.

두텁고 거친 붓질, 간결하면서도 개성있는 꽃의 형태, 명료한 색감이
조화를 이루며 화면에 생동감을 준다.

김씨가 3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734-8215)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출품작은 40여점.

꽃그림과 함께 일출, 밤바다, 폭포주변 등을 그린 신작을 발표한다.

그의 그림은 자연을 소재로 하고 있으나 사실묘사에 충실한 일반풍경화와는
거리가 멀다.

전통 민화나 자수에 나타나는 자유로움과 해학적 느낌을 화면에 살려 낸다.

그는 "그림 기법은 서양화이지만 동양화를 그리는 셈이다.

꽃을 한참 바라보고 또 바라보면서 머리에 넣어두었다가 나중에 화폭만
바라보고 그린다.

몬드리안은 초기에 꽃을 그리다가 나중에 추상으로 돌았지만 나는
추상에서 구상으로 갔다"라고 말했다.

64년 첫 개인전을 가진이래 파리비엔날레, 도쿄국제판화비엔날레에
출품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강원대 사범대학 교수로 임용됐으나 2년만에 사표를 내고 그림에만
몰두하고 있다.

< 이정환 기자 jh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