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널리 알려진 브랜드 쌀은 값이 비싸도 불티나게 팔린다.
반면 알려지지 않은 쌀이나 브랜드 없는 쌀은 아무리 싸도 외면당하기
일쑤다.
백화점 할인점이나 슈퍼마켓 뿐이 아니다.
동네 쌀가게에서도 브랜드 없는 쌀은 뒷전으로 밀린다.
농민들도 달라졌다.
예전과는 달리 자기네 브랜드를 띄우려고 안간힘을 쓴다.
최근 서울 양재농산물물류센터에서는 전남 브랜드인 풍광수토와 충남
브랜드인 청풍명월 판촉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농민들은 브랜드가 널리 알려져야 제값 받고 팔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브랜드 어떤 것이 있나
시판되고 있는 쌀 브랜드는 2백가지 이상이다.
이 가운데 농협의 브랜드가 1백70여종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영농법인이나 개인이 만든 브랜드이다.
생산지역에 따라 도 단위 브랜드와 군 단위 브랜드, 면 단위 조합 브랜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도 브랜드로는 풍광수토 청풍명월 및 전북 브랜드인 EQ2000 등 3가지가
있다.
쌀 부대에 쓰인 "청결미" 또는 "품질인증"이란 표현은 품질을 짐작케
하는 척도가 된다.
청결미는 농협의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나온 쌀이다.
"청결"이라고 칭하는 것은 도정과정에서 분무방식으로 쌀에 뭍은 가루를
닦아내 깨끗하다는 의미에서다.
청결미중 "품질인증"이라고 씌인 쌀은 농산물검사소가 인증해준 쌀로
20kg당 5백~1천원 비싸게 팔린다.
쌀 브랜드에는 대개 산지 이름을 넣는다.
가령 철원군 브랜드인 철원오대쌀은 철원평야에서 생산된 것이다.
간혹 원산지(쌀 포대에 씌여 있음)가 다른 경우도 있다.
쌀 포대에 "XX쌀"이라고 씌어 있다고 반드시 XX지역에서 생산된 쌀은
아니다.
XX지역에서 생산된 벼가 동나면 다른 지역에서 벼를 사다가 도정한뒤
"XX쌀"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가격 상위 브랜드
쌀 값은 브랜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50여개 브랜드의 쌀을 파는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의 경우 20kg 짜리
기준으로 가장 싼 쌀은 4만원, 가장 비싼 쌀은 4만7천원이다.
대체로 경기도나 강원도에서 생산된 품질인증미가 비싸게 나간다.
반면 남부지방 간척지쌀이 싼 편이다.
가격 1위는 이천군 브랜드인 이천임금님표쌀.
똑같은 품질인증미인데도 여주쌀보다는 1천원, 철원쌀보다는 2천원 비싸다.
전라남도가 경기도쌀에 대항하기 위해"골드"라는 꼬리표를 붙여 내놓은
"풍광수토 골드"는 4만4천원으로 5위.
경기.강원 이외 지역의 쌀로는 가장 비싸다.
값이 비싸다고 반드시 밥맛도 좋은 것은 아니다.
특히 요즘 시판되는 햅쌀의 경우엔 고가품과 저가품간의 밥맛 차이가
미미하다.
하지만 소비자는 일단 특정 쌀에 입맛을 들이고 나면 좀체 브랜드를
바꾸지 않는다.
음식점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대개 값 싼 브랜드 쌀을 사간다.
<>선호하는 브랜드
서울 사람들이 선호하는 쌀은 이천쌀 여주쌀 철원쌀 등이다.
농협유통 양곡사업본부 집계에 따르면 9월말까지 가장 많이 나간 쌀은
철원오대쌀이다.
이 쌀은 최근 3,4년새에 급부상했다.
이유식 광고에 등장한뒤"청정지역에서 생산된 오염되지 않은 쌀"이라는
이미지를 굳힌 덕이다.
이천임금님표쌀은 고급쌀의 대명사로 통한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쌀로 알려져 서울 강남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임금님표"마크와 "품질인증"이란 문구가 함께 찍힌 쌀이 비싸다.
여주여마표쌀이나 5000년전통김포쌀도 이천쌀에 못지 않은 고급쌀로
분류된다.
강북지역에서는 북파주농협이 출하한 북파주쌀도 많이 나간다.
음식점 경영주들이 많이 찾는 저가 브랜드로는 예천용궁진상미
남원춘향골쌀 부여백마강쌀 산청메뚜기쌀 등이 있다.
< 김광현 기자 k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