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경제연구기관들은 대부분 경기 저점을 내년 중반 전후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경기가 바닥을 지나 과연 어느정도의 기세로 되살아나느냐다.
이에 대해선 누구도 자신있는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 우리 경제가 내년 6-7월께 바닥을 지날 것이라고
30일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의 각종 지표를 보면 우리 경제가 급격한 하락세를 멈추고
바닥에 접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내년 여름 쯤엔 저점을 통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연구기관들도 이같은 전망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의 경기지표들을 보면 국내 경기가 저점에 다가서고 있는
양상이다.
향후 경기 사이클을 가늠할 수 있는 경기선행종합지수가 그렇다.
7-8개월(정확히는 7.6개월)후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는 9월중
전월보다 1.9% 증가했다.
이 지수는 지난 4월 하락세를 멈추고 횡보를 거듭하다 이번에 크게 뛴 것.
물론 작년 9월보다 3일이나 많은 조업일수 덕택을 본 것이긴 하다.
하지만 6개월째 선행종합지수가 전월대비 올라갔다는 것은 "밝은 징조"임에
틀림없다.
또 내년 중반께는 경기곡선이 바닥을 통과할 것이란 분석에 힘을 실어줄
만하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건 경기가 바닥을 친 후 얼마나 탄력을 받고 회복
되느냐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U자형" 반등을 할지, 아니면 여전히 침체가 지속
되는 "L자형" 회복에 그칠지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선 낙관과 비관이 교차한다.
우선 낙관론을 펴는 전문가들은 최근의 신3저(달러약세 국제금리하락
원자재값안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외여건이 호전됐기 때문에 내년엔 수출이 주도하는 경기회복 달성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비관론 쪽에선 신3저가 생각만큼 큰 효과를 나타내지 못할 것으로
본다.
세계경제 자체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기 때문에 엔고 등으로 인한 한국
경제의 수출회복세는 그리 강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반도체 철강 등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들이 대부분 가격경쟁에 의존
하는 것들이 많아 세계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내년중 경기회복 속도에 대해선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재정경제부 조차 경기가 급속한 침체국면에서 최근 다소 벗어나는 징후를
보이고 있는건 사실이지만 경기바닥 이후 회복세에 대해선 아직 속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최근 경제에 대한 평가 ]
<>.긍정적 요인
- 9월중 산업생산 소폭 증가세(0.3%)
- 자동차 반도체 수출 호조
- 제조업 평균가동률 올들어 최고(70%)
-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11개월만에 상승세로 반전
<>.부정적 요인
- 10월중 추석연휴로 수출 10% 안팎 감소 예상
- 소비심리 여전히 위축
- 설비및 건설투자 선행지표는 제자리
- 경기선행지수가 지난달에 비해서는 증가했지만 지난해 동월에 비해서는
여전히 감소세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