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산업활동동향에 나타난 생산 출하 제조업평균가동률 등 각종 산업활동
지표는 올들어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수치상으론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는 아니더라도 그런 조짐을 보인다는
청신호로 해석할 만하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선 이같은 경기회복 조짐을 거의 느낄 수 없다고 지적
하고 있다.
신용경색 현상이 여전한데다 기업 구조조정까지 맞물려 현장 생산활동은
극도로 위축돼 있다는 것이다.
각종 경제지표가 일시 반짝한 것을 두고 현실 경기가 회복된 것처럼
속단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9월중 산업동향지표가 호전된 것은 몇가지 일시적인 요인에 힘입은
바가 크다.
올해 9월은 추석이 있었던 지난해 9월보다 조업일수가 3일 더 많았고
자동차 파업종료로 인해 일시적으로 생산이 늘어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경제지표는 호전 =9월중 각종 경제지표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주고 있다.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3일 많았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생산 재고율 가동률
등은 이전보다 좋아졌다.
통계청은 일시적인 요인을 제외할 경우에 산업생산 증가율은 작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6%로 추정했다.
여전히 마이너스 대이지만 지난 8월 마이너스 11.8%보다 감소폭이 크게
둔화된 것이다.
또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올들어 처음으로 70%대로 올라선 것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1.2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1월이후 11개월만의 일이다.
또 6~7개월 이후의 경기 예측지표인 선행종합지수도 작년 동월 대비
0.8포인트 감소에 그쳐 지난달보다 2.1%포인트 올라갔다.
따라서 지표로만 볼때 경기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희망섞인 해석이 나오고
있다.
<> 현장 경기는 썰렁 =기업들이 느끼는 현장경기는 한 겨울이다.
자동차의 경우 수출이 늘고 일부 차종에서 내수도 살아나고 있지만 가동률
은 겨우 50%를 넘어섰을 뿐이다.
반도체는 현재 1백% 가동율을 보이고 있긴 하다.
그러나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자 업체들은 6-10월중 매달 1주일씩 가동을
중단했다.
이달에는 13일간 공장을 세웠다.
그래서 생산 역시 지난해 비해 25% 줄어든 상태다.
전경련 강호영 산업조사팀장은 "전체적으로 경기가 위축된 상태에서 가동률
만으로 경기회복을 점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더욱 어려운 상태다.
금융경색현상이 완화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데다 수주감소로 경영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기협중앙회의 가동상황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1천2백개사의 9월중 가동률
은 58.5%에 불과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70%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종이와 정밀기계 시계 등 극소수 업종만이 수출확대 등에
힘입어 70% 이상을 보였을 뿐이다.
특히 의복 모피 고무 플라스틱 비금속광물은 50%이하로 최악의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 앞으로 전망 =각종 산업지표가 호조를 보이지만 이것이 곧바로 경기회복
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통계수치만 보지말고 산업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경기회복의 징후를
알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금융구조조정 일단락이라는 정부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산업현장
에서는 필요한 자금이 돌지 않고 있는 상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때문에 소비심리도 꽁꽁 얼어붙은지 오래다.
기업 투자동향을 알수 있는 기계수주나 건설수주현황도 아직은 개선 기미가
없다.
경기회복을 위해 우선적으로 풀려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산적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 역시 앞으로의 경기회복 가능성에 대해 대해 상당히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단 경기가 급속한 침체국면에서 다소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 2-3개월간 9월과 같은 상황 호조가 이어지면 장기 침체의 긴 터널을
벗어나는 신호로 해석해도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기회복의 여부는 정부가 추진중인 경기부양책과 구조조정정책의 성패에
달려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