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 잭 스미스회장은 지난달초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부품생산공장을 매각하고 전세계 마케팅라인을 일원화한다는 것 등이
골자다.
회사의 경영방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혁명을 선언한 것이다.
이는 곧 80년 가까운 세월동안 고집했던 GM의 경영방식인 "슬로아니즘"을
포기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슬로아니즘은 지난 23년부터 17년간 이 회사 사장을 맡았던 알프레드
슬로아가 주창한 경영방식.
의사결정과정에 자율과 통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도록 하는 한편
생산라인의 수직적 결합을 이루는 게 골자다.
경영학계에서는 과학적 경영기법의 모델로 꼽힌다.
도요타 자동차의 유명한 생산방식인 "JIT(Just In Time)"도 슬로아니즘의
모방작이다.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도 "기업의 개념"이라는 저서에서
슬로아니즘을 신경영방식으로 극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GM은 슬로아니즘을 버리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대에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슬로아니즘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것은 철저한 권한이양과 자율경쟁.
각 사업부에 권한을 대폭 이양하되 부서간의 자율경쟁을 유도한다는 것.
사업규모가 작을 때는 톡톡히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생산규모가 커지면서 이것이 오히려 짐이 되고 말았다.
"경쟁 촉진"이라는 명문을 대고 툭하면 새로운 사업부가 만들어 졌다.
조직은 비대해졌다.
그에 비례해서 조직관리부서도 커졌다.
관료화되고 비효율적인 조직이 된 것이다.
슬로아니즘의 또 다른 축인 수직적 결합도 마찬가지.
수직적 결합이란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을 자체생산 한다는 것.
그러나 GM은 수직적 결합의 함정에 빠졌다.
부품업계의 층이 두터워졌으나 이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대량구매의 파워를 살려 원가를 절감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오히려 유연성이 떨어지는 부품생산 라인에 매달려 경쟁력만 갉아먹었다.
이와함께 철저한 사업계획아래 통제와 명령을 통해 진행하던 경영체계도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대표적인 게 GM의 노사대립이다.
지난 4년간 GM에서는 12번의 파업이 일어났다.
같은 기간동안 경쟁업체인 포드에서는 단 한 차례의 파업이 발생했을
뿐이다.
그 결과는 경쟁력의 추락으로 나타났다.
GM의 주가는 다우존스 평균주가지수 보다 70%이상 떨어져 있다.
종업원 한 명이 차 한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인시)는 3.4일이나 된다.
일본 닛산보다 하루가 더 걸린다.
생산라인 작업자의 평균나이는 48세다.
60만명의 종업원에는 3만5천명의 잉여인력이 포함돼 있다.
비효율 덩어리의 거대한 공룡이 되버린 꼴이다.
GM의 슬로아니즘 포기는 이같은 취약한 경쟁력을 복원하자는 뜻이다.
부품생산공장인 델피공장을 매각해 수직적 통합을 포기하기로 했다.
전세계 영업과 서비망을 통합하는 등 조직 슬림화에도 착수했다.
또 한가지 부품으로 여러가지 차종을 만들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각국의 공장라인을 바꾸는 계획도 세웠다.
문제는 의식변화.
"우리가 최고"라는 자만심속에서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던 타성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그런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GM의 제2창업은 생각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노조와의 뿌리깊은 갈등도 해소해야할 문제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