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과 NT마크 획득업체들이 IMF(국제통화기금)한파에도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불황에 강한 신기업 모델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업체는 한결같이 가격과 영업력을 내세운 마케팅보다는 기술력을
무기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기술 국산화를 토대로 수입대체는 물론 수출증대에 나섬으로써 외화획득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들 기업의 주요 마케팅 전략은 인증획득이다.

인증자체가 품질에 대한 보증수표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EM 인증을 받은 4백45개사가 인증받은 품목으로 올상반기에 거둔 매출은
8천7백4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다.

이들 기업이 인증 품목으로 올린 수입대체 효과만도 3억2천만달러.

수출액은 작년보다 47% 증가한 3억5천만달러에 달해 한국경제 최대과제중
하나인 무역수지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일러 급수 펌프제조업체인 청우공업은 EM 인증을 받은 기술만 4건에
이른다.

이 회사는 지난해 상반기 EM품목으로 총7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
상반기엔 내수시장에서만 1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미국 일본 등에서 연간 2천4백만달러어치가 수입되는 이 부문에서 수입대체
뿐아니라 역수출까지 나서 28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최근 세계일류수준의 1천3백m급 터빈펌프 양산에 성공한 이 회사는 이 품목
만으로 연간 5백억원 규모의 수입대체 및 수출증대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동수포성형 포장기를 생산, EM을 획득한 흥아기연도
불황을 모르고 있다.

이 회사는 올상반기에 지난해 한햇동안 수출실적(1백41만달러)보다 많은
1백96만달러어치를 전세계 20여개국에 수출했다.

독일 제품이 주도해온 내수시장에서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47% 늘어난
8억4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포장지에 인쇄를 하는 라벨기 등을 세계 80여국에 수출해 세계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는 모텍스에서도 불황의 그림자를 찾긴 어렵다.

EM과 NT 및 세계우수자본재로 지정된 기술을 3개나 보유한 이 회사는 올해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부천 공장을 증축했다.

EM 인증을 받은 로터리자동인쇄기로 올상반기에 올린 매출은 내수시장에서만
도 24억원, 수출은 2백90만달러에 이른다.

작년보다 내수시장에서는 86%, 해외시장에서는 17% 성장한 셈이다.

공기압시스템의 관 연결구로 EM인증을 따낸 상아뉴메틱도 올상반기 이 품목
으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80% 증가한 2백7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독일 이탈리아 등 선진국을 주요시장으로 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기술 인증마크 획득업체, 특히 NT마크를 따낸 업체들은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외제 일색이던 내수시장에 국산 돌풍을 일으키는 주역들이다.

이들의 기술개발 노력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기술의 상용화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수입기술을 개발하려는 연구 자체가
외화절감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산업기술정책연구소가 최근 공업기반기술개발자금을 지원받아 기업들이
수행완료한 1백6개 기술개발 사업의 효과를 계량분석한 결과는 이를 뒷받침
하기에 충분하다.

분석대상 사업중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사업화에 실패한 12개 사업의 경우도
투자액의 3배에 이르는 외화절감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매출을 발생하지 못한 이들 12개 기술개발에는 평균 건당 6억7천만원의
연구비가 투입됐다.

그러나 기술 개발을 추진중이라는 소식 자체가 경쟁사인 외국기업으로
하여금 가격하락을 유도, 개발이 완료될 시점까지 건당 19억3천만원의
외화를 절감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S사는 작년말 공장자동화용 AC 서보모터를 개발하고도 생산에
들어가지 못했다.

세계시장 규모가 연간 7천억원에 이르고 국내에서는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해왔던 품목을 개발했는데도 사업화에 나서지 못한 속사정은 무엇일까.

세계 시장의 60%를 점유하는 히타치 등 일본업체들의 가격인하 견제에 손을
들고 만 것.

개발에 착수한 93년에만 해도 30만원(1백W급)하던 가격이 절반 수준인
15만원대로 떨어진 것이다.

핵심부품인 엔코드를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재료비
비중이 7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판매가격 하락은 경상 이익률을 1% 수준으로
떨어뜨렸고 결국 S사는 눈물을 머금고 생산을 포기해야했다.

정부와 기업이 투입한 총10억원의 연구비는 공중으로 날아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수입제품의 가격하락으로 인한 외화절감액이 올해에만 1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국가 전체적으론 이득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기술 국산화를 위해 뛰고 있는 기술인증 마크 획득 업체들이 한국경제의
불황을 정면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로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립기술품질원의 김익수 연구관은 "기술과 품질이 중시되는 자본재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면 가격을 무기로 추격해오는 개도국을 쉽게 따돌릴 수
있다"며 "자본재 국산화에 앞장서고 있는 기술인증 마크 획득업체들이야말로
한국경제 회복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