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인과 함께 세계경제를 주름잡고 있는 화교사회에는 어느곳에나 반드시
"화교3도"라는 조직이 있다.

일종의 직업조합이다.

칼을 써서 먹고 사는 중화요리집 양복점 이발소를 경영하는 사람들의 모임
인데 조합원들은 이곳에서 장인으로 훈련받고 대를 물려가며 프로상인의
길을 익힌다.

그들이 대물림해주는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샐러리맨이 아니라 장사꾼이
되라"는 직업의식의 고취다.

독일 본의 쾰른가에 위치한 요하네스오르겔 바우어사는 도제15명을 포함,
전직원이 70명이지만 세계 제일의 파이프오르간 제작회사로 유명하다.

이 회사의 한스 게르트 클라이스 회장은 1백15년의 가업을 4대째 잇고 있다.

독일에는 빵집 이발소 정육점 자동차정비소 시계점 안경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중에도 "마이스터"(장인)가 많다.

그들은 그 분야의 정상인들이다.

일본에서는 도쿠가와시대부터 가업승계 전통이 뿌리를 내렸다.

그들은 아들이 가업승계의 적임자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사위나
집사격인 반토에게도 가업을 승계시켰다.

그래서 작은 우동집도 몇대째 이어져 오는 곳이 많고 그 전통을 내세워
장사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서울의 중소상인 4백50명을 표본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생업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상인이 83%에 이르고 반이상이 전직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의식이 그만큼 희박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불황이라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상인의 서비스정신이나 상거래질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조 "사농공상"의 신분체제 아래서도 개성상인은 직업의식이 투철했다.

상기에 영민하고 신용을 중시하며 이식에 철두철미하고 근검절약을 생활
신조로 삼았다.

IMF사태 이후 젊은이들의 직업관도 "자영업"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개성상인의 직업의식과 상인정신을 되새겨가며 불황을 이겨내고 떳떳하게
자식에게 생업을 대물림할 수 있는 상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