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때아닌 "케임브리지 사단"의 공과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특정대학 출신인 미국의 몇몇 핵심 관료들이 아시아 경제위기에 잘못
대처해 경제위기를 세계 각지로 확산시켰다는 힐책성 논쟁이다.

케임브리지 사단이란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재무부에 포진하고 있는
하버드대와 MIT(메사추세츠 공대)출신 경제관료및 학자들을 싸잡아 이르는
말.

두 대학이 모두 미국 메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시에 위치하고 있어 이같은
별명을 얻게 됐다.

이들은 동기나 선후배, 사제지간으로 얽혀 있으면서 IMF와 미국 재무부에서
이너써클을 이루고 있다.

근착 인스티튜셔널인베스터(II)지에 따르면 케임브리지사단의 대부로
거론되는 인물은 스탤리 피셔 IMF 부총재.

20년동안 MIT에서 교편을 잡다 세계은행(IBRD)을 거쳐 94년 IMF로 들어간
그는 이 그룹의 대부격인 인물이다.

오랫동안 강단에서 있으면서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제자들중 로렌스 서머스 재무부부장관은 피셔 부총재와 함께 세계경제를
망친 케임브리지 사단으로 지목된다.

제프리 삭스 교수와는 하버드대에서부터 MIT대학원까지 동문수학한
라이벌 관계다.

졸업후엔 피셔를 따라 IBRD로 들어가 피셔의 인맥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피셔와는 사제지간을 떠나 학문적이로나 정책적으로나 사실상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들은 세계은행에 있을 때 실업과 인플레이션 등에 대한 논문을 함께
저술하기도 했다.

피셔 부총재와 함께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는 아시아에 통화및 재정긴축,
구조조정을 강요해 증상을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버드 출신중엔 데이비드 립튼 미국 국무부 국제문제담당 차관이 같은
부류로 분류된다.

재무부 서열3위인 그는 서머스, 삭스 교수와 하버드대학 같은 반에서
공부한 동창이다.

90년대 초기엔 삭스와 함께 하버드 국제개발연구원(HIID)에서 활동했으나
93년 재무부에 들어가 서머스 밑에서 국제담당 차관으로 개도국 채무협상을
주도했다.

지난해말 한국-IMF협상때 초긴축정책을 강요했을 뿐아니라 러시아에서도
긴축정책을 고집, 러시아로 하여금 전격적인 디폴트(대외채무불이행)와
루블화 평가절하 선언을 하도록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물론 케임브리지 사단이 실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쪽에서 실수를 하면 다른 다른 쪽에선 이를 견제한다.

MIT출신이며 피셔 부총재와는 오랜 친구관계인 루디거 돈부시 MIT교수가
대표적인 케이스.

94년 멕시코 외환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바 있는 그는 IMF의 위기해법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하고 있다.

두 사람의 제자인 폴 크루그만 교수나 삭스 교수도 스승(피셔)과
재무부쪽 친구들(서머스, 립튼)의 오판을 견제한다.

세계은행에서 IMF와 재무부의 긴축기조정책을 반대하고 있는 조셉
스티클리츠 부총재 역시 MIT출신이다.

피셔와 서머스가 로버트 루빈 재무부장관(예일대)과 함께 "세계경제를
망친 3인방"에 낀다면 삭스나 크루그만, 스티글리츠는 참신하고 실효성있는
정책으로 경제회생에 힘쓴 "구원 3인방"에 속한다(월 스트리트 저널).

금융계 전문가들은 "서로 견제가 된다지만 케임브리지 사단의 파워가
너무 커졌다"며 "케네디 행정부때 하버드출신들이 아시아에서 베트콩을
상대로 벌였던 승산없는 싸움을 20년후에 케임브리지 마피아가 "정실
자본주의 척결"이란 이름으로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