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모르던 국제 컨설팅업계에도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세계경제위기로 기업들의 컨설팅수요가 줄어들면서 매출증가율이 둔화되고
남의 일로만 보던 감원에도 나서야 할 지경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0여년간 지속돼온 컨설팅업계의 황금시절이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컨설팅업계는 그동안 "불황"이라는 말과 거리가 멀었다.

경제가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기업들의 컨설팅주문이 폭주해
일취월장해 왔다.

특히 지난 3년간 세계 50대 컨설팅회사들은 연평균 21%의 매출신장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같은 컨설팅업계의 불패신화에도 금이 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메릴린치증권은 경영부진으로 3천4백명의 종업원을 감원하면서
외부 컨설턴트도 9백명이나 잘랐다.

페인웨버증권도 고용하고 있던 외부 컨설턴트중 1백명만 남기고 60%를
해고했다.

3M사도 외부 컨설팅용역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이밖에 미국기업들중 상당수가 주가하락과 경영악화로 컨설팅주문을
대폭 줄여가고 있다.

이와관련 시카고에 있는 컨설팅업체인 다이아몬드테크놀로지 파트너의
멜 버그스타인 회장은 "컨설팅업계의 호시절도 끝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컨설팅업계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비싼 돈을 들여 경영컨설팅을 받았으나 돈을 들인 만큼의 효과를 못봤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약품유통업체인 폭스메이어사의 멜빈 에스트린 전사장은 "컨설팅업체들이
약속만 잔뜩 해놓고는 실제로 내놓는 경영평가나 처방은 실망스런 수준"
이라고 비난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 데이비드 콜리스 객원교수는 "컨설턴트들이 기업들의
경영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값비싼 컨설팅비용에
상응하는 효과를 내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컨설팅시장이 위축되는 조짐이 나타나자 컨설팅업계는 과잉인력
문제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컨설팅회사들은 그동안 유명대학의 경영학석사(MBA)들중 3분의 1을
채용했다.

세계최대 컨설팅회사인 앤더슨컨설팅의 경우 작년에 8천6백명이나 되는
직원을 새로 채용, 전체 직원수를 5만3천4백26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기업들의 컨설팅주문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감원이 불가피하다.

경영부진에 빠진 기업들에 대해 감원등 구조조정처방을 내려오던
컨설팅회사들이 이제 자신의 구조조정을 결정해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