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

영국의 유력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아시아 위기를 이같이
진단했다.

아시아 경제가 여전히 힘겨운 상태지만 분명히 회생의 기운이 싹트고
있다는 평가다.

아시아 낙관론의 근거는 우선 금융공황 상태가 진정되고 있다는 점.

실제로 아시아 증시는 지난 8월 러시아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후
약 두달간(8월17일~10월13일) 세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실적을 보였다.

여전히 많은 변수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시장분석가들은 아시아의
주가가 바닥권을 지났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의 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말레이시아의 은행간 금리는 연7%대로 내려섰다.

한국도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사상최저 수준인 한자리수로 떨어졌다.

연22%대라는 기록적인 고금리에 시달리던 태국도 최근엔 금리가 9%대로
하락했다.

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통화가치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희망적이다.

태국 바트화의 경우 지난주 7개월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아시아 통화가 비슷한 양상이다.

최근의 달러약세도 아시아엔 복음이 되고 있다.

당장 아시아 경제에 최대의 위협으로 여겨지던 중국 위안화나 홍콩 달러의
평가 절하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더욱이 엔고에 힘입어 한국등 주변국은 수출 경쟁력이 부쩍 늘게 됐다.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등 5개 아시아위기국은 올해
5백7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낼 전망이다.

태국은 경상수지가 국민총생산(GDP)대비 마이너스 8%에서 올핸 플러스
11%를 기록할 전망이다.

경제가 위축돼 수입이 급감한 탓으로 돌리기엔 만만치 않은 규모다.

여기에 일본이 최근 공공자금 60조엔을 금융부문에 투입키로 결정한것도
아시아 국가들로써는 쾌재를 부를 일이다.

이로인해 일본 금융기관들은 그동안 바짝 조여왔던 아시아 주변국에 대한
대출을 확대할 여력이 생겼다.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경색이 해소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아시아 경제지도자 회의에 모인 각국의 재계
정계 지도자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전망대로 아시아 지역이 99년
상반기에 저점을 벗어난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플러스 성장권으로
접어들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물론 아시아가 당장 기사회생한다는 것은 것은 아니다.

아시아가 본궤도로 들어서기까지는 수많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본을 다시 불러들이는
일이다.

환란 5개국에선 올 한해에만 최소한 2백50억달러가 순유출될 것으로
추정된다.

96년엔 9백40억달러가 순유입됐었다.

부실 금융기관들을 정상화시키는 것도 급선무다.

도이체 방크는 이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한국등 4개국 금융기관이
갖고 있는 채권중 35%가 무수익자산(부실채권)이라고 추정한다.

각국 정부가 금융부문에 하루바삐 공공자금을 투입해 증자를 단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GDP의 평균 70%에 달하는 대외채무도 문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같은 관문을 넘어서면 아시아는 세계 경제를 슬럼프로
몰아넣었던 것처럼 세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말을 맺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