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기업이 일본의 부동산 구입에 나섰다!"

지난해 12월22일자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면 머리기사로 뽑은 이 제목은
많은 것을 상징한다.

한때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일본기업에 매각하는 등 자존심마저 버려야
했던 미국기업들이 오히려 일본 부동산 매입에 나선 역전현상을 극단적으로
상징하는 것이다.

이는 또 일본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의미하기도 한다.

경제위기와 환란은 이처럼 지구촌의 경제기상도를 바꿔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측불허의 흐림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경제나 부동산시장을 그나마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일본 멕시코
미국 등 우리보다 한발앞서 경제위기에 직면했건, 겪었던 나라들의
동향이다.

동남아 경제침체 전후의 부동산 움직임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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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콸라룸푸르 자카르타 등 동남아 주요 도시의 사무실 공실률이
두자릿수로 치솟는가 하면 임대료가 폭락하고 있다.

이는 이들 지역의 경기불황으로 기업마다 회사규모와 직원을 줄이고, 외국계
기업들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 방콕시의 경우 시내 주요 건물의 절반이 텅텅 비어있는 상태다.

현지 부동산전문 컨설팅업체인 리처드엘리스(Richard Ellis)사에 따르면
지난 93~95년동안 평균 25%에 달했던 사무실 공실률이 96년부터 18%대로
떨어졌으나 올들어 다시 39%로 급증했다.

빈 사무실이 늘어나면서 사무실 임대료도 꾸준히 떨어지는 추세다.

도심에 있는 사무실 임대료는 작년 9월 평방m당 월 평균 1백50달러에서
올 같은 시기에는 1백~1백5달러로 30% 내렸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역시 공실률이 사상 최고치인 40%에 달하는 실정이다.

현지에서 부동산에이전트업을 하는 왈림부동산(Walym Realtor)은 콸라룸푸르
도심의 임대료는 평방m당 월 2백50달러로 작년 같은 시기의 3백10달러에
비해 19% 하락, 지난 94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고 밝혔다.

콸라룸푸르의 경우 특히 주변국 도시에 비해 임대료가 비싸 공실률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작년말까지 평균 5%에 불과했던 사무실 공실률이 30~40%로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중심상업지역인 수디르만가(Sudirman Street).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외국계 기업들로 항상 북적이던 이곳의
체이스플라자 빌딩 역시 사무실이 텅텅 비어 썰렁하기만 하다.

이 건물의 7만6천8백여평방m 공간중 30%를 넘는 2만3천여평방m가 비어있는
것.

임대료 역시 평방m당 1백45달러로 떨어졌다.

지난 97년 6월엔 1백80달러, 96년엔 1백70달러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