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방송프로그램중 "의무외주비율"이 12%에서 14%(자회사 포함 전체
20%)로 확대됐다.

방송사는 늘어나는 "강제 할당"에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개편발표땐 꼬박꼬박
수치를 맞춰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외주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하는 독립제작사들은 "별로 나아질게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외주편성비율(시간기준)이 늘긴 했지만 총제작비중 외주제작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겉보기에 좋게 빵크기만 부풀려졌을뿐 실속은 전혀 없다는 얘기다.

방송사들이 국회에 국정감사용으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BS는 올해
8월까지 지출된 총제작비 1천1백70억원중 1백20억원(10.3%)을 외주제작비로
지출했다.

이는 지난해 총제작비의 13%를 외주제작비로 쓴 것에 비해 3.3% 줄어든
수치다.

외주물량중 방송사자회사가 아닌 독립제작사의 몫은 더욱 축소됐다.

지난해 외주제작비가운데 독립제작사에게 돌아간 몫은 59.2%였지만 올핸
54%로 떨어졌다.

이는 방송사들이 수치 맞추기에만 급급해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재방송을
늘리고 독립제작사들을 더욱더 "쥐어짰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방송사 자체제작비엔 PD의 월급등 간접비가 빠져있으나 외주제작비엔
인건비가 포함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독립제작사들의 몫이 얼마나 적은지
짐작할수 있다.

MBC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엔 총제작비의 24%가 외주제작비였던데 비해 올 상반기엔 14%로
대폭 축소됐다.

SBS의 경우 외주제작비 비율은 지난해 8.9%에서 올해 9.2%(7월기준)로
증가했지만 편성비율과 대비할때 방송3사중 외주제작비 지출이 가장 짠
편이다.

IMF한파탓에 방송사들 역시 제작비삭감 등 고통분담을 하고 있다고는 하나
독립제작사들이 받는 타격은 훨씬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영상산업 활성화를 위해 독립제작사의 외주비율을 매년 4%씩 늘려
2002년까지는 30%(전체 50%)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외형만 부풀려 졌을뿐 실제론 영상산업 활성화가가 뒷걸음 치고
있는 꼴이다.

< 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