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보급소지요"

"예 한국경제신문 명동지국입니다.

저희 신문을 보시겠다고요.

주소가 어떻게 되십니까"

20년째 한국경제신문 명동지국을 운영하고 있는 박응상(51) 지국장은 요즘
무척 바쁘다.

하루에도 수십통씩 걸려오는 구독신청 전화로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게다가 배달사원들이 매일 10여명의 새로운 구독자 명단을 박 지국장에게
건네 준다.

독자가 급증하면서 신규독자를 관리하느라 그의 하루는 여느때보다 짧기만
하다.

한국경제신문 명동지국이 하루에 배달하는 부수는 3천여부.

대한민국에서 발행되는 모든 신문을 통틀어 명동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신문사 지국이다.

한국경제 명동지국 다음으로 많은 배달부수를 기록하고 있는 A일보의 경우도
그 절반인 1천5백부가 채 안된다.

여타 신문사 지국은 1천부를 넘기는 곳이 드물다.

명동지국이 이처럼 다른 신문사 지국들을 앞도적으로 제치고 최대 배달부수
를 확보하게 된 데는 IMF가 큰 힘이 됐다.

지난 11월 IMF 이전에만 해도 배달부수가 1천8백부 수준이었다.

이러던 것이 올들어 매달 1백여명씩 신규 독자가 늘어나면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굳히게 된 것이다.

이에 반해 다른 신문들은 IMF이후 구독자수가 오히려 감소하고 있어 그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IMF 이후 경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한국경제신문
독자층도 급격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들어 한국경제신문은 타신문에 비해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경제
기사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실리고 있어 구독하게됐다는 독자가 많습니다"

박 지국장은 예전엔 기업체가 주요 독자층이었는데 요즘 들어 특히 목욕탕
식당 의류점 등 개인 사업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반가정으로부터의 구독신청도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경제신문을 보고 나서 "어렵게만 느껴지던 경제를 피부로 이해하게
되었다"며 그에게 격려전화를 주는 독자도 많다.

올들어 다른 한국경제신문 지국들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공통된 현상이기도
하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룩한 성과라 더욱 자랑스럽고 떳떳합니다"

박지국장은 강매나 경품제공 등 부당판매행위를 일절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다른 신문사 지국들이 6개월 무료구독과 각종 경품제공 등 극심한
출혈경쟁을 통해 독자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래서 한국경제 명동지국의 최대배달부수 기록은 더욱 빛이 난다.

부당한 강매가없다보니 한번 한국경제신문을 보면 대부분의 독자가 몇년이고
꾸준히 보게 된다고 박 지국장은 설명했다.

필요한 사람만 구독하다 보니 신문 구독료도 1백% 가깝게 걷히고 있다고
한다.

이에 반해 강매로 보는 독자는 채 1년을 넘기지 못할 뿐 아니라 신문대금도
제때 납부하는 경우가드물단다.

최대 배달부수를 자랑하게 된데는 박 지국장의 탁월한 지국운영능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지국사원 8명을 모두 식구처럼 대한다.

그러다보니한번 이 지국에 들어오면 여간해선 떠나지를 않는다.

8명 모두 5년이상 한솥밥을 먹으며 일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박경구(37) 총무부장은 20년 가까이 박 지국장과 함께 일을 해오고
있다.

취직 이사 등으로 불가피하게 지국을 떠난 사람들 대부분도 옛 정이 그리워
박 지국장을 틈나는 대로 찾아온다.

"독자를 무리하게 늘리지 않는 것".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는 이 신조때문에 명동에서 가장 많은 신문을 배달하는
지국이 됐다.

"기존 독자를 철저히 관리하다 보면 신규독자는 저절로 늘게 돼 있습니다.

무리하게 신규독자를 확보할 이유가 없습니다.

요즘같이 신문만 잘 나온다면..."

"매일 아침 어김없이 독자들에게 뜨끈뜨끈한 정보가 가득한 한국경제신문을
배달한다고 생각하면 몸이 아무리 피곤해도 힘이 다시 솟곤 합니다"

"예, 한국경제신문 명동지국입니다.

네네...

주소가 어떻게 되시죠?..."

박 지국장은 다시 구독신청전화에 매달려 독자주소를 메모하고 있다.

< 류성 기자 sta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