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1면을 보면 그날 신문이 잘 팔릴지 어떨지 알 수 있습니다.

내 직감이 틀린 적은 거의 없습니다"

서소문 유원빌딩 앞에서 가판대를 운영하는 이용익(55)씨.

11년째 가판대를 지켜오다 보니 그날 그날의 신문판매부수를 정확히 맞춘다.

그야말로 이젠 "쪽집게 도사"다.

그렇다고 그가 신문내용을 꼼꼼히 읽어 보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1면의 제목만 보고 독자의 호응도를 예상한다.

눈길을 끄는 제목, 깔끔해 보이는 편집, 타 신문과 차별화된 지면구성.

그가 그날의 판매부수를 예상할 때 쓰는 판단기준이다.

"한국경제신문은 IMF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올들어 다른 신문들은 판매부수가 줄어들고 있는데 유독 한국경제신문만
판매부수가 늘어나고 있거든요"

이씨가 운영하는 가판대에서 판매되는 한국경제신문의 부수는 하루 70여부를
웃돈다.

지난해보다 30부 정도나 늘어났다.

어떤때는 신문이 금새 동나 본사에 긴급 배달을 부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같은 한국경제신문의 판매부수는 주요 일간지보다 30부 이상 많은 수준
이다.

신기한 일이다.

그러나 이씨는 신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판신문 독자는 신문의 얼굴이랄 수 있는 1면을 보고 신문을 고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한국경제신문 판매부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편집이 깔끔할 뿐만
아니라 관심있는 기획기사가 자주 나오고 있는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신문과의 차별화전략이 판매신장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보면되지요"

그의 설명은 이어진다.

"배달시간이 좀 늦는 날이면 5분, 10분을 기다렸다가 한국경제신문을 사가는
열성독자들도 많습니다.

왜 그렇겠어요"

이씨의 가판대를 찾는 한국경제신문의 고정 독자만 30~40명.

다가오는 고객의 얼굴만 보고도 한국경제신문을 미리 꺼내줄 정도의 독자들
이다.

이씨의 가판대가 있는 서소문 일대는 사무실이 밀집된 지역.

주요고객이 회사원임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요즘들어서는 대학생이나 직장여성 가정주부들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이씨는 귀띔을 한다.

지난해보다 늘어난 판매부수는 대부분 이들 다양화된 독자층에 사가고
있다는게 이씨의 설명이다.

"지금의 경제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려면 먼저 경제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판매부수가 늘어나는 걸 보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경제지침
서는 한국경제신문 같습니다"

이씨의 칭찬을 들으면서 더 좋은 신문을 만들어야겠다는 중압감이 머리를
짓누르는 듯 했다.

< 류성 기자 sta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