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환 <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jhim@sun.kif.re.kr >

불과 몇주전만 하더라도 국제외환시장은 엔화 약세를 의심의 여지가 없는
추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지난 3월 달러당 1백20엔대를 기록했던 엔화환율이 4월에는 1백30엔대로,
다시 8월초에는 1백40엔대로 계속 상승, 시장분위기를 확인하는 듯했다.

그러나 10월이후 사태는 급변했다.

엔화환율은 단숨에 달러당 1백10엔대로 폭락, 시장참가자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엔화가 마치 롤러코스트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일부 외환전문가들은 엔화약세 전망은 수정돼야 한다고 발빠르게 태도를
바꾸기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엔시세의 변동을 자세히 살표보면 엔화강세 전망은 너무
성급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지난 6일만 하더라도 1백31엔수준에 머물렀던 엔화환율이 이틀 연달아
10엔이상씩 떨어져 8일 현재 장중 한때 1백11엔까지 폭락했다.

1백25엔을 보였던 3월 2일이후 1백20엔이하로 엔시세가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화가 하루에 10엔이상의 변동폭을 보인 것도 지난74년 변동환율제도가
도입된 이후 없던 일이었다.

1엔 또는 2엔정도의 일일진폭을 보이는 엔화 거래시장의 통상적 예에
비추어 볼 때 지난 7일 및 8일의 엔화환율 움직임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같은 엔화환율의 급락 이유를 기초경제여건과 관련있는 호재성 뉴스
에서 찾는 시장전문가도 있다.

최근 G7 회의에서의 엔화 지지발언, 미국금리 인하, 그리고 내년도 미국
경제에 대한 연준리(FRB) 의장의 비관적 전망 소식이 그것이다.

여기에 일본경기부양을 위한 추가적 재정지출 확대와 은행개혁법안의 일본
국회통과 임박소식도 가세했다는 것이다.

상당부분 맞는 설명이지만 하락폭의 이례성을 설득력있게 설명하기에는
어딘가 미흡하다.

오히려 일본의 펀더멘털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시장기술적 요인들에 주목
해야 한다.

먼저 상반기 결산시점을 앞두고 송금된 일본 해외법인들의 달러화 투자과실
의 동시적 엔화화를 지적하고 싶다.

상반기결산이 마무리되면 이러한 일본기업들의 자금이 다시 해외로 유출
되었던 과거의 경향을 감안할때 해외법인들의 달러매각은 계절적 요인에
기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

또 헤지펀드의 포지션 조정에 따른 달러매각도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

이들의 달러매각은 이른바 손절매전략(stop-loss strategy)에 따른
것이었는데, 이는 일단 엔화환율이 모멘트를 얻어 사전에 정해진 수준까지
하락하거나 일정 변동폭을 넘어 떨어지게 되면 자동적으로 달러를 매각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유야 무엇이든 엔화환율이 20% 이상 떨어지면 헤지펀드는 무조건 달러를
매각하게 된다.

현재 엔화환율의 변동성은 20% 수준을 넘어서 약 30% 수준에 이르고 있는데
비해 달러에 대한 마르크의 환율변동성은 14% 수준, 멕시코 페소의 환율
변동성은 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향후 엔화환율이 극히 불확실한 움직임을 보일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지난 이틀동안의 엔화환율 폭락은 시장기술적 요인에 의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한 것일뿐 엔화환율 추세전환의 단초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엔화강세는 일본상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수출품의 대외 가격
경쟁력을 제고시킴으로써 수출증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다소 이른 감이
있다.

현재의 엔화강세기조가 일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엔화강세는 일본경제의 회복지연을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의 대일수출
은 오히려 어려워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일본경제의 회복은 작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계기를 수출증대에서
마련할 수 밖에 없는 우리에게 있어 중요하다.

그러나 일본경제의 회복에는 엔화약세가 전제될 수 밖에 없어 이러한 기간
동안엔 오히려 엔화에 대해 원화는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엔화환율변화가 우리나라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가격효과와 물량효과의
상충관계(trade-off)로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고 체계적 분석없이
엔화강세의 수출신장효과를 속단하는 견해는 옳지 않다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