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30일 두인전자의 부도에 이어 국내 최대 멀티미디어보드 업체인
가산전자가 8일 최종 부도처리되면서 국내 컴퓨터부품및 벤처업계에
충격파가 번지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국내시장이 80년대처럼 다시 대만업체의 앞마당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가산전자와 두인전자는 컴퓨터 부품인 그래픽카드 업계의 쌍두마차로
불려왔다.

모두 대기업 출신의 젊은 연구원들이 주축이 돼 90년 설립됐다.

뛰어난 기술력을 무기로 짧은 기간에 고속 성장, 96년 장외시장에
등록했다.

지난해 가산전자는 미국의 멀티미디어보드 전문업체인 재즈멀티미디어를
인수하고 두인전자는 미국에 E4라는 지사를 설립했다는 점도 닮은 꼴이다.

주력제품도 같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은 컴퓨터 관련 벤처기업으로 항상 첫 손가락에
꼽혀왔다.

업계는 이들 두 벤처기업이 잇달아 쓰러진 것을 놓고 개별 업체 도산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동안 컴퓨터 부품시장에 미친 영향력 때문이다.

두 업체가 설립되기 전인 80년대 말까지 국내 그래픽카드와 TV통합카드
시장은 대부분 대만등 외국산 제품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런 여건속에서 가산전자와 두인전자는 설립후 불과 7~8년만에
외국제품을 물리치고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가산과 두인은 그래픽카드 시장의 60~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TV수신기능을 갖춘 고가제품군에서 두 회사의 점유율은 국내 전체시장의
90%에 육박한다.

저가품도 가산이 시장의 6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의 성장배경은 뛰어난 기술력이다.

가산은 설립후 해마다 1백% 이상 성장세를 보여왔으며 매년 매출의
4.7% 이상을 기술개발비로 투자해왔다.

한국경제신문이 제정한 다산기술상을 비롯 국내 유수의 기술관련상을
휩쓸었으며 95년에는 미국 컴덱스전시회에서 출품업체중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5개 업체에 선정되기도 했다.

두인도 TV수신카드 "PC비전"과 MPEG장비인 "CD시네마"등 많은 히트상품을
내놓았다.

가산의 경우 직접적인 부도요인은 IMF체제로 인한 국내 PC 수요감소와
수출부진이다.

수출창구로 활용하기 위해 97년 3월 재즈멀티미디어(미국 현지법인)를
인수했으나 IMF체제이후 환율상승으로 이곳에 자금을 제대로 지원할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수출이 크게 부진해 모기업까지 부실화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본질적으로는 벤처기업 육성에 무관심한 국내
분위기가 이들 업체를 질식시켰다고 말하고 있다.

가산전자의 한 관계자는 "미국 대만 싱가포르등 벤처기업이 활성화되고
있는 곳의 경우 금융기관에서 재무제표나 담보외에 기술력을 평가하는
상세한 기준을 만들고 이를 중요한 대출기준으로 삼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런 여건에서는 제2, 제3의 가산 두인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조정애 기자 jc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