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다즈워스 IMF(국제통화기금) 서울사무소장은 9일 "대기업구조조정은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기업자율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즈워스 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IMF와 한국경제"라는 주제로 마련한 경영조찬세미나
에서 "시장경제원리에 따른 구조조정만이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을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대 그룹간의 빅딜(사업맞교환)이 최근 정치적 압력으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지만 기업들의 자율적 협의에 따른 빅딜은 단기간에 불가능하며
몇년이 걸릴수 있는 장기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대기업 구조조정의 복잡하고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때 정부가
진행과정에 일일이 개입해 서두르는 것은 옳지 않다"며 "올해말 또는 내년
까지 빅딜협상을 해야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경영권의 향방을 논의하는 빅딜은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며 설비과잉이나 부채구조를 개선할수 있는 빅딜이 진정한 빅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실업재원 마련이나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정부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며 "경기부양을 위한 적자예산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을 사용하도록 한국정부에
권하고 싶다며 다만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되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구조조정과 관련, 그는 "신용경색을 해결하려면 금융권 구조조정이
보다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을 하루
빨리 입찰에 부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아자동차를 비현실적인 조건으로 입찰에 부쳐 두번 유찰되는
바람에 제값을 받을수 없게 됐다"고 지적하고 "서울 제일은행의 입찰조건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에서 내년 3월까지 은행들이 BIS 비율을 8% 이내로 맞추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원-달러환율과 관련, "원화환율은 1천3백원에서 1천4백원선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본다"며 "원화가치는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밖에 "최근의 저금리가 대기업에만 혜택을 주고 중소기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소기업에 도움을 줄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회복과 관련, 그는 "올해 마이너스 7% 성장하고 내년 중반이후 회복세
로 접어들어 내년 전체로 마이너스 1%에서 0%의 성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다 가까운 일본이 경기회복
조짐을 보여 한국의 경제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훌륭한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오는 2000년이후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보다는 높은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박주병 기자 jb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