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요동을 치고 있다.

단순히 값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말 한마디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며
출렁거리고 있다.

경제 펀더멘털과는 관계없이 단지 루머가 달러를 흔들어 댈 정도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극에 달해 있다.

8일 런던과 뉴욕시장에서 벌어진 달러화의 "널뛰기 곡예"가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개장과 동시에 10% 가까이 하락했던 달러화가 시장개입 가능성을 내비친
뉴욕 연방준비은행(FRB)의 전화 한통으로 눈깜짝할 사이에 제자리로 돌아온
것.

뉴욕FRB의 "통화개입"에 외환투자자들이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이날 달러화는 런던시장이 열리자마자 수직하강하기 시작했다.

딜러들은 너도나도 전화통에 매달려 달러매도를 외쳐댔다.

이에 엔.달러 환율은 거의 20분마다 1엔씩 떨어져 순식간에 1백11엔선까지
미끄러졌다.

전날보다 12엔이나 폭락한 것이다.

런던보다 5시간 늦게 열린 뉴욕시장의 상황은 더욱 급박했다.

달러화는 뉴욕시장 개장과 함께 전날의 1백20.55엔에서 곧장
1백11.73엔으로 직행했다.

당장이라도 1백10엔선을 무너뜨릴 기세였다.

그러나 1백10엔선 돌입을 눈앞에 둔 순간 시장상황이 급반전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달러를 던져대던 딜러들이 갑자기 앞다투어 달러매수로
달려들었다.

계기는 뉴욕FRB의 전화 한통이었다.

뉴욕FRB는 이날 외환시장 개장 직후 주요 은행 딜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용건은 단 하나.

"달러 시세가 어떻게 갈 것으로 보느냐"는 문의였다.

FRB의 시장개입 가능성을 점친 딜러들은 일제히 달러매수로 돌아섰다.

불과 10분만에 달러화는 1백17엔까지 솟아올랐고 시장이 문을 닫을 때는
전날과 비슷한 1백19.45엔까지 회복됐다.

달러화 가치가 이처럼 하룻새에 10% 가까이 오르내린 것은 변동환율제가
도입된 지난 73년2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달러화가 널뛰자 덩달아 증시도 춤을 추었다.

이같은 통화가치 급등락은 경제의 펀더멘털과는 관계없이 주로 루머에
의해 야기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날 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파운드화 가치가
상승한 점도 이를 반영한다.

문제는 이처럼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환율이 급변동하는 현상이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확대재생산한다는 점이다.

즉 시장이 갖고 있는 가격조절기능이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큰 폭으로
동요하게 되는 것이다.

또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기업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장래 예측을 어렵게
만들어 사업계획 수립 등에도 큰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