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급등세로 돌아섰다.

장기간 계속돼온 "강한 달러"가 이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에선 달러투매 양상이 빚어지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미국경제의 흐름이나 일본의 대응자세, 국제 금융가의 시각 등은 이미
달러를 털어버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 대세다.

이렇게 되면 일단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에겐 전기가 될 수 있다.

환율과 주가 등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대일경쟁력 회복으로 수출을
늘리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엔화강세의 배경 =달러화가 더이상 들고 있기 싫은 "뜨거운 감자"가
된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요인은 미국경제 전망이 어두워졌다는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이다.

이 발언은 곧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여기에다 일본의 <>추가 경기부양책 구상과 <>금융안정화 법안 통과 전망도
달러 투매를 부추겼다.

특히 그동안 대형 투자은행들로부터 돈을 빌려 "엔매도-달러매입" 포지션을
취하고 있던 헤지펀드들은 앞다투어 반대 포지션으로 돌아서는 모습이었다.

달러 매도에는 일본 금융기관들도 가세했다.

이들은 지난 9월말로 끝난 반기결산에서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자 이를 메우기 위해 본국으로 자금을 대거 송금, 엔화수요를
크게 늘려 놓았다.

<> 얼마나 지속될까 =엔화급등세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본격적인 달러약세 국면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하루이틀 정도의 초단기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대세는 달러약세 쪽으로 기울고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엔/달러환율이 달러당 1백20엔 전후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달러약세 장기화를 점치는 측의 근거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일본경제의 회생 가능성이 높아진 반면 미국경제의 펀더멘틀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바클레이즈캐피털의 분석가 헨리 윌모어는 "그동안은 일본경제의 불투명성이
달러강세를 야기했지만 이제는 그 불투명성이 미국으로 옮겨 갔다"고 지적
했다.

그는 특히 미 재무부증권(TB)의 수익률이 폭락함 점을 들어 이는 미국
금융기관들의 신용경색을 초래하고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FRB가 금리를
추가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금리가 떨어지면 달러자산의 투자메리트가 없어져 달러가치는 곧장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

프루덴셜증권의 캐시 존스는 "이번 달러화 폭락은 지난 수개월간 일본에서
진행돼온 경제개혁 추진에 대한 보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그동안 미국이 견지해온 "스트롱(strong) 달러" 정책에 변화의
조짐이 있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과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대장상이 지난 6일
동시에 "엔약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사실이 이같은 정책전환을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달러약세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파리바은행의 분석가 앤드류 사발리에는 "이번 달러 폭락은 헤지펀드들이
대형 투자은행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을 결제하기 위해 달러매입 포지션을
대거 해소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과거의 사례에 비추어 1-2일 정도의
단기급락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도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달러는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진단
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