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오늘부터 사흘동안 일본을 공식 방문하는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이자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에
대한 방문외교는 별로 이상할 것도 없지만 이번 경우 만큼은 색다르다고
하겠다.

취임 이전부터 IMF사태라는 일찍이 없었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던 김 대통령이기에 서둘러 일본을 방문하는데는 그럴만한
배경이 있을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김 대통령의 방일외교는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두나라 정상이 발표할 예정인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위한 공동선언"은 한.일 협력관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로서, 앞으로는 두나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풀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외국과의 포괄적인 협력관계를 담은 외교문서 작성은 우리 외교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로써 한.일 두나라는 21세기의 밝은 미래를 기약하기 위해
그동안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어두운 과거사를 청산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공동선언 정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두나라 외무장관은 구체적
인 실천방안이 담긴 행동계획도 함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계획에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과 아시아 각국에 대한 일본의
적극적인 협력, 대북한 정책공조를 비롯해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다지
기 위한 긴밀한 협력체제 구축, 문화 예술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
확대 및 활성화, 재일동포의 지방참정권 보장 및 한.일 어업협정 체결 등이
포함돼야 하며 이들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진전이 있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앞으로 두나라 정부간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지속하기 위해 실무협의
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일간의 협력강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을 없애지 않으면 미래지향
적인 공동선언정신을 살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일제 식민지배에
따른 어두운 과거사를 청산하고 일부 일본국민의 왜곡된 역사인식을 바로
잡는 일은 한.일관계의 발전을 위해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형편이다. 그동안
과거사에 대한 여러차례의 유감표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일본정부 각료들의
거듭되는 망언과 왜곡된 역사인식이 한국민의 아픈 상처를 건드리고 관계
발전을 가로막아 온 것은 유감이다.

따라서 일본정부가 과거사에 대한 그동안의 애매한 유감표명 대신 사과와
반성의 뜻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를 문서화하는 성의를 보인다면 두나라의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는데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우리
국민들도 이번 김 대통령의 방일외교를 계기로 과거사에 대한 그동안의 감정
을 씻고 보다 유연하고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