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국 < 중앙연 수석연구원 >

대웅제약이 생명공학에 뛰어든 시기는 지난 88년.

국내의 다른 회사에 비해 후발주자였던 대웅은 실험장비 기술축적 경험 등
여러 면에서 열세였다.

당시 해외에서는 상피세포성장인자(EGF)라는 창상치료제가 유망한 것으로
알려져 유수 제약사의 개발경쟁이 치열했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진 연구소 개발부 등 전사적인
힘의 결집이 있었기에 EGF 개발이 가능했다.

EGF개발에 있어 가장 큰 애로점은 인간 EGF를 대량 발현하는 고생산성
균주의 개발과 여기서 생산된 EGF를 고순도로 대량 분리정제하는 기술의
확립이었다.

연구팀은 대장균 균체에 EGF발현 유전자를 심어 대량생산된 EGF가
균체밖으로 용이하게 분비되도록 유도했다.

EGF유전자 및 이의 운반체(벡터)가 안정되게 이식되도록 유전자조작을 했고
이 조작이 이뤄진 균체를 최적화된 발효기술로 개량하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세계최고의 수득률(배양액 l당 8백mg)을 나타내는 균주를 개발했고
국내외 특허를 획득했다.

그 다음엔 배지에서 균체를 분리하고 배양액을 모은후 배양에서 고순도의
단백질을 분리, 정제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경제성있는 공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고순도의 EGF를 많이 거두어내는게
필수적이다.

불순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끝에 결국
천연형 EGF와 완전히 동일한 물질을 양산하는데 성공했다.

두번째 난제는 의약품 개발에 필수적인 생산관리 물질분석 제제화과정
약리연구 등 여러 분야에 걸친 문제 해결이었다.

초기 생산공정은 순조롭게 이뤄졌으나 그외의 분야는 매우 미숙했다.

특히 제제화 약리규명 분야에서는 기존 합성의약품 개발을 통해 얻은
노하우가 많았으나 생 단백질 형태인 생물공학제품에 대한 경험이 일천해
나머지 분야는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약효를 검증하기 위해 고순도의 정제원료를 대량 확보했고 특수형질을
지닌 동물도 개발했다.

적정온도에서 최적의 약효를 발휘하기 위한 겔 형태의 제제도 만들었다.

이후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조사해 엄격한 품질관리기준을 설정했다.

대웅EGF는 세계적으로 아직 발매되지 않은 의약품이다.

생명공학기법으로는 국내최초로 탄생할 신약후보물질이다.

현재 임상 I상을 성공리에 마쳤고 얼마전에 임상 II상에 들어갔다.

그러나 임상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임상에 돌입한 시기는 국내에서 임상시험이 이제 막 체계를 잡아가는
과도기였고 국외에서는 ICH(신약개발및 등록에 관한 국제통일화 협약)가
설정되면서 관련 기술과 절차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EGF는 안연고 및 외용도포제로 개발됐기 때문에 먹는 약이나
주사제에 비해 판이하게 복잡한 임상시험이 뒤따라야 했다.

관련규정에 대한 사전조사와 임상시험방법 검토를 철저히 실행해나갔다.

덕택에 연구기간과 임상시험기간이 최소화되는 성과를 얻었다.

외용제 형태의 생물공학제품을 개발하는 노하우도 얻게 됐다.

국내 1호의 생명공학 신약이 기다려진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