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월요 리포트] '금융권 소리없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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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사이에 소리없는 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동서독의 장벽이 무너지듯이 고유업무라는 금융기관의 영역장벽이
무너지면서 금융산업의 본고장이랄 수 있는 명동은 말할 것도 없고 신흥
시장으로 부상한 강남권에서도 뜨거운 고객유치전이 펼쳐지고 있다.
금융전쟁을 보는 고객 입장에선 "이제야 제대로 된 대접을 받게 됐다"고
환호성을 올리고 있지만 당사자인 금융기관 입장에선 생존의 문제가 달린
심각한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대전쟁의 초탄을 쏘아올린 곳은 증권사.수익증권이란 금융상품을
판매하면서 은행 고객을 끌어당겼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은행이 국채와 수익증권을 팔면서 증권사 고객을 빼앗아
가고 있다.
증권사는 한걸음 나아가 종금사의 고유업무라 할 수 있는 CP(기업어음)중개
시장에 까지 전쟁터를 확대시켰다.
지난 70년대 말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권 영역파괴"가 80년대 일본을 거쳐
IMF시대를 맞은 한국에도 본격적으로 금융빅뱅의 총성이 울린 것이다.
가장 먼저 공세를 취한 곳은 증권사.
대우 LG 현대 삼성 등 대형 증권사는 연초부터 수익증권 판매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증권사는 투신사가 운용하는 수익증권을 대신 팔아 준다.
이들은 한때 연25%를 넘는 초고금리를 목표수익률로 제시하면서 땅뺏기에
나섰다.
대그룹계열사란 "무기"가 동원됐다.
구조조정에 휩싸인 은행이나 종금사보다는 대그룹 계열증권사가 안전하다고
선전하면서 대규모 자금유치에 나섰다.
연초 5조원에 불과하던 증권사 전체 수익증권 판매고는 현재 61조원으로
11.1배나 불어났다.
지난 7월과 8월 두달동안에만 증권사 수익증권에 20조원 이상이 몰려들었다.
대우 LG 현대 삼성등 4개 증권사엔 하루 1조원 이상이 들어오는 날도 적지
않았다.
현재 업계 1위인 현대증권의 수탁고는 17조원을 넘어섰다.
웬만한 은행의 수신규모다.
증권사에 이처럼 돈이 몰리자 은행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수신고가 정체상태에 빠져 들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은행에선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급기야 은행은 증권사 고유업무라 할 채권매매업무를 허용해 달라고 정부를
조르기까지 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정부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져 결국 10월중 은행도 국채 자기매매를 할 수 있게 됐다.
은행권은 투신사 수익증권 판매도 추진중이다.
증권사 수익증권에 "맞불"을 놓자는 취지다.
주택은행은 이미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일부 시중은행들도 같은 업무를 개발하고 있다.
또 금융감독위원회에 압력을 넣어 증권사가 수익증권 광고를 못하게 훼방을
놓기도 했다.
수익증권의 수익률 산정의 잣대를 회사채에서 CP(기업어음)로 바꿔
2%포인트나 떨어뜨린 것도 은행이 정부에 요청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사와 종금사 사이에도 CP 중개업무를 놓고 사생결단식의 ''땅뺏기''가
한창이다.
CP를 발행하는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시켜 주면서 금리차를 수수료 형태로
버는게 CP 중개업무.
종금사 고유업무로 분류돼 왔으나 지난해 증권사에도 이를 허용했다.
증권사가 잠식한 시장점유율이 벌써 70%나 된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종금사들이 80%이상을 장악했으나 판세가 뒤바뀐
것이다.
교보증권과 신한증권은 종금사들이 밀집해 있는 명동지점을 CP 특화지점으로
선정,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종을 뛰어넘는 이같은 금융전쟁에 대해 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국제
금융팀장은 "지난 70년대말부터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작된 금융빅뱅이
한국에도 불어닥친 것"이라며 "영역내 금융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진단한다.
그는 "미국의 금융이 전세계를 지배하게 된 것은 오래전부터 은행 증권간
전쟁에서 단련됐기 때문"이라며 "현재 진행중인 영역파괴가 한국 금융기관의
경쟁력 확보에는 분명 보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10월부터는 뮤추얼 펀드가 등장한다.
은행 증권 종금 할 것없이 이에 준비에 분주하다.
"돈이 된다"고 판단하면 언제라도 뛰어들 태세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께 고객종합관리계좌인 랩어카운트(wrap account)도
허용될 예정이다.
돈을 맡기면 금융기관이 알아서 운용해 주는 이 제도에 대해서도 상대편의
전략을 탐지 해내려는 금융기관 사이의 첩보전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 박준동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
동서독의 장벽이 무너지듯이 고유업무라는 금융기관의 영역장벽이
무너지면서 금융산업의 본고장이랄 수 있는 명동은 말할 것도 없고 신흥
시장으로 부상한 강남권에서도 뜨거운 고객유치전이 펼쳐지고 있다.
금융전쟁을 보는 고객 입장에선 "이제야 제대로 된 대접을 받게 됐다"고
환호성을 올리고 있지만 당사자인 금융기관 입장에선 생존의 문제가 달린
심각한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대전쟁의 초탄을 쏘아올린 곳은 증권사.수익증권이란 금융상품을
판매하면서 은행 고객을 끌어당겼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은행이 국채와 수익증권을 팔면서 증권사 고객을 빼앗아
가고 있다.
증권사는 한걸음 나아가 종금사의 고유업무라 할 수 있는 CP(기업어음)중개
시장에 까지 전쟁터를 확대시켰다.
지난 70년대 말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권 영역파괴"가 80년대 일본을 거쳐
IMF시대를 맞은 한국에도 본격적으로 금융빅뱅의 총성이 울린 것이다.
가장 먼저 공세를 취한 곳은 증권사.
대우 LG 현대 삼성 등 대형 증권사는 연초부터 수익증권 판매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증권사는 투신사가 운용하는 수익증권을 대신 팔아 준다.
이들은 한때 연25%를 넘는 초고금리를 목표수익률로 제시하면서 땅뺏기에
나섰다.
대그룹계열사란 "무기"가 동원됐다.
구조조정에 휩싸인 은행이나 종금사보다는 대그룹 계열증권사가 안전하다고
선전하면서 대규모 자금유치에 나섰다.
연초 5조원에 불과하던 증권사 전체 수익증권 판매고는 현재 61조원으로
11.1배나 불어났다.
지난 7월과 8월 두달동안에만 증권사 수익증권에 20조원 이상이 몰려들었다.
대우 LG 현대 삼성등 4개 증권사엔 하루 1조원 이상이 들어오는 날도 적지
않았다.
현재 업계 1위인 현대증권의 수탁고는 17조원을 넘어섰다.
웬만한 은행의 수신규모다.
증권사에 이처럼 돈이 몰리자 은행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수신고가 정체상태에 빠져 들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은행에선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급기야 은행은 증권사 고유업무라 할 채권매매업무를 허용해 달라고 정부를
조르기까지 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정부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져 결국 10월중 은행도 국채 자기매매를 할 수 있게 됐다.
은행권은 투신사 수익증권 판매도 추진중이다.
증권사 수익증권에 "맞불"을 놓자는 취지다.
주택은행은 이미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일부 시중은행들도 같은 업무를 개발하고 있다.
또 금융감독위원회에 압력을 넣어 증권사가 수익증권 광고를 못하게 훼방을
놓기도 했다.
수익증권의 수익률 산정의 잣대를 회사채에서 CP(기업어음)로 바꿔
2%포인트나 떨어뜨린 것도 은행이 정부에 요청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사와 종금사 사이에도 CP 중개업무를 놓고 사생결단식의 ''땅뺏기''가
한창이다.
CP를 발행하는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시켜 주면서 금리차를 수수료 형태로
버는게 CP 중개업무.
종금사 고유업무로 분류돼 왔으나 지난해 증권사에도 이를 허용했다.
증권사가 잠식한 시장점유율이 벌써 70%나 된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종금사들이 80%이상을 장악했으나 판세가 뒤바뀐
것이다.
교보증권과 신한증권은 종금사들이 밀집해 있는 명동지점을 CP 특화지점으로
선정,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종을 뛰어넘는 이같은 금융전쟁에 대해 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국제
금융팀장은 "지난 70년대말부터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작된 금융빅뱅이
한국에도 불어닥친 것"이라며 "영역내 금융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진단한다.
그는 "미국의 금융이 전세계를 지배하게 된 것은 오래전부터 은행 증권간
전쟁에서 단련됐기 때문"이라며 "현재 진행중인 영역파괴가 한국 금융기관의
경쟁력 확보에는 분명 보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10월부터는 뮤추얼 펀드가 등장한다.
은행 증권 종금 할 것없이 이에 준비에 분주하다.
"돈이 된다"고 판단하면 언제라도 뛰어들 태세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께 고객종합관리계좌인 랩어카운트(wrap account)도
허용될 예정이다.
돈을 맡기면 금융기관이 알아서 운용해 주는 이 제도에 대해서도 상대편의
전략을 탐지 해내려는 금융기관 사이의 첩보전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 박준동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