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물가가 유례없이 안정적이다.

추석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농.수.축산물 값이 거의 요지부동이다.

쇠고기 배 사과 조기등 차례상에 오르는 일부 제수용품 값은 오히려
작년보다 훨씬 싸다.

추석 설 등 명절이 가까워질 때마다 뜀박질을 거듭하는 물가 때문에 애를
태웠던 주부들로서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장보기에 나설 기회를 맞게 된
셈이다.

추석이 임박했는데도 농.수.축산물 값이 오르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불황으로 수요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추석이 예년에 비해 보름 가량 늦어진 덕에 농산물 출하량이 늘어난
것도 추석 물가안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

<>농산물

대표적 추석과일인 사과와 배가 싸다.

올해는 만생종인 후지(부사)사과와 신고 배가 추석전에 등장, 과일시장을
휘젓고 있다.

이 바람에 매년 추석 제사상에 올랐던 홍월 홍로 세계일(이상 사과)
장십랑(배)등 조생종 과일들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23일 서울 가락시장에서는 15kg 짜리 후지 한 상자(이하 상품 기준)가
평균 3만5천원에 경매됐다.

15kg 짜리 신고 한 상자의 평균경락가격은 2만9천원.

최근 7일평균에 비하면 사과와 배가 각각 1천9백원과 5백원 떨어졌다.

밤은 40kg 1부대에 7만2천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추석 12일전(9월5일)평균경락가격은 11만원 안팎이었다.

35% 가량 떨어진 셈이다.

햅쌀은 수해 때문에 값이 조금 올랐다.

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는 철원청결미 햅쌀 10kg 한 봉지를 2만6백원에
팔고 있다.

이는 지난해 추석 12일전 가격(1만9천5백원)보다 1천1백원 비싸다.

<>수산물

조기 굴비 건오징어 건멸치 등 추석 성수품들이 지난해보다 싸게 팔리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는 22kg 짜리 조기 한 상자가 평균 60만원에 경매됐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소폭 오르고 있으나 지난해보다는 싼 편이다.

이날 가락시장에서는 20kg 짜리 냉동조기 중품 한 상자가 평균 35만원에
경매됐다.

지난해 추석직전에는 60만원에 달했다.

추석선물로 많이 나가는 근해산 건오징어(대)는 가락시장에서 1축에
평균 1만8천5백원에 경매됐다.

지난해 추석직전(2만2천원)에 비하면 16% 싼 편이다.

건멸치(중)역시 평균 1만9천5백원에 경매돼 1년전(2만5천원)보다 22% 싸다.

<>축산물

쇠고기 돼지고기 역시 추석을 앞두고 값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쇠고기의 경우엔 축협 한냉 등 대형공급선들이 할인판매행사를 벌이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조사에 따르면 쇠고기는 소매점에서 5백g에 평균
6천2백95원에 팔리고 있다.

지난해 9월 평균가격 7천4백68원에 비해 84% 싸다.

돼지고기 소매가격은 5백g에 2천6백60원으로 작년 9월 평균(2천5백99원)과
비슷하다.

<>제수용품 할인점 가격

E마트가 산정한 7가지 추석 제수용품 가격은 6만1천1백80원.

지난해 추석(7만3천원)때보다 16% 싸다.

배 조기 대추 쇠고기 북어포등이 모두 작년 추석에 비해 값이 떨어졌다.

사과는 아오리 대신 후지를 차례상에 올린다고 치면 돈이 더 든다.

그러나 아오리를 올릴 경우엔 작년보다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올해는 특히 대형할인점들마다 가벼워진 고객들의 호주머니를 감안,
염가형의 패키지 제수용품세트를 내놓고 있어 주부들의 차례상 차리기가
다소 수월해질 전망이다.

< 김광현 기자 k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