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금융기관중 처음으로 지난 92년 러시아에 진출했던 스위스계 미국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 퍼스트보스톤(CSFB)이 러시아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고 흔들거리고 있다.

영국의 신용평가업체인 피치IBCA에 따르면 CSFB는 러시아 정부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선언과 루블화 평가절하 조치로 약 16억달러
(2조2천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는 CSFB가 지난해 올린 매출액(71억달러)의 20%가 훨씬 넘는 금액이다.

또 대(대)러시아 대출 및 투자액(21억6천만달러)중 80%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피치IBCA의 발표 이전에도 증권가에서는 CSFB가 러시아에서 큰 낭패를
보게됐다는 소문이 일찌감치 퍼져 있었다.

때문에 CSFB의 모기업인 크레디스위스의 주가는 지난달 17일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후 폭락을 거듭, 21일에는 주당 2백21마르크까지 떨어졌다.

모라토리엄 선언당시의 절반수준이다.

사실 러시아사태만 아니었다면 CSFB의 경영상태는 우수한 편이었다.

올 상반기중 CSFB의 순이익이 작년 하반기보다 25%나 증가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CSFB 입장에서는 러시아사태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인 셈이다.

이에 CSFB는 즉각 러시아에 있는 3백여명의 직원중 상당수를 정리해고하는
등의 대책을 검토중이다.

사내 일각에서는 아예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방안까지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CSFB는 앞으로 투자 위험성이 높은 중남미나 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 대한 대출이나 투자등도 대폭 줄여나가겠다는 방침도
밝히고 있다.

한편 일본 금융기관들도 러시아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이들의 손실액은 약 4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중 특히
노무라와 니코증권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