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테마연구) '게임이론으로 본 예금인출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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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세 <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ykim@bubble.yonsei.ac.kr >
최근 시중은행들은 편법까지 동원된 원금보장 예금상품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다.
"이 예금은 예금자보호법에 의하여 보호됩니다"라는 문구를 통장에 인쇄
함으로써 해당 금융상품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예금자들에게 설득시키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 모든 현상의 배후에는 예금인출사태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작년말 시작된 외환위기와 금융구조조정으로 일부 종합금융사
시중은행 증권회사의 부도가 현실로 나타나자 예금자들이 정리대상 금융기관
에 몰려 아우성치는 장면이 목격된 바 있다.
예금인출사태(bank runs)란 다수의 예금자들이 예금을 인출함으로써
금융기관의 지불준비금이 고갈되어 버릴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고 이러한
우려 때문에 금융시스템의 붕괴가 현실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기관은 예금액의 일부를 지불준비금의 형태로 보유하고 나머지 금액을
대출하거나 투자한다.
예금자들의 인출액이 지불준비금 이하일 경우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그
이상일 때에는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거나 투자금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회수해야 한다.
대출금은 만기 이전에 회수할 수 없으며 투자는 회임기간이 지나야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예금인출사태가 발생할 경우 일찌감치 인출해간 예금자들은 최소한
원금은 받아가겠지만 뒤늦게 달려온 예금자들은 원금조차도 건지지 못할 수
있다.
<> 예금인출게임
예금인출사태는 간단한 게임을 이용하여 훌륭하게 설명된다.
두 명의 예금자 갑과 을이 각각 5억원을 은행에 예금했다고 하자.
은행은 예입금 10억원을 장기 투자에 출자하였는데 투자만기는 다음달이며
만기시 12억원의 투자수입을 얻는다고 하자.
만약 은행이 만기 전에 투자금액을 회수하면 거래비용 해약금 투자손실
등으로 인해 8억원을 얻는다고 하자.
두 예금자 모두 지금 당장 은행창구로 뛰어 간다면 은행은 각 예금자에게
4억원씩을 지불할 수 있다.
한 예금자만 먼저 은행으로 달려온다면 그는 원금 5억원을 돌려 받지만
뒤늦게 인출대열에 낀 나머지 예금자는 3억원밖에 못 건진다.
두 예금자 모두 만기까지 기다리기로 결정하면 개별예금자는 원금과 이자를
포함하여 6억원을 얻는다.
예금인출게임에는 두 개의 실현가능한 균형상태가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모든 예금자들이 만기까지 기다렸다 각자 6억원씩의 수익을
얻는 상태다.
다른 예금자들이 만기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믿는다면 나도 만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다.
또 다른 균형상태는 모든 예금자들이 즉시 은행으로 달려가는 상태다.
이 상태는 예금자들의 예금인출사태에 대한 우려와 그 우려의 현실화로
특징지어진다.
상대방이 당장 예금을 인출할 것으로 기대되면 나도 역시 당장 은행으로
달려가는 것이 최선이다.
다른 예금자들이 모두 예금을 인출하더라도 나만은 국가발전을 위하여
만기까지 기다리겠다는 사람은 도덕적으로는 존경받을지 몰라도 경제적
으로는 바보다.
예금인출사태의 핵심은 예금자들의 기대(expectation)에 있다.
예금자들 사이에 낙관적 분위기가 팽배하면 실제로 낙관적인 일이 벌어진다.
반면 예금자들 사이에 비관적 분위기가 팽배하면 실제로 비관적인 사태가
벌어진다.
이를 자기실현적 예언(self fulfillingprophecy)이라 말한다.
<> 예금자의 신뢰 회복
이상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예금인출사태로 인한 금융시스템의 붕괴는
그야말로 예금자들의 기대에 달려있다.
한시적 예금인출동결과 예금보험제도는 예금인출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대표적 장치다.
우리 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부실채권으로 은행들이 위기에 처한 경우
한국은행이 저리의 특별융자금을 제공함으로써 부실 금융기관들을 구제
하였다.
그러나 특별융자제도가 정경유착, 인플레이션 유발, 은행의 재무 불건전성
심화 등 많은 역기능을 초래했음은 알려진 바와 같다.
예금보험제도의 합리화와 한국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 강화 가운데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다.
그러나 방법상 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제도가 지향하는 바는
같다.
즉 예금인출사태를 유발하는 예금자들의 비관적 기대를 제어함으로써
금융시스템의 안전화를 꾀하자는 것이다.
부실은행의 퇴출이나 은행간 합병은 금융기관들이 시장 규율에 따라
경쟁하도록 유도한다는 긍정적 측면을 갖는다.
그러나 만약 성급하고 무원칙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예금자들 사이에 비관적
기대가 형성된다면 예금인출사태 및 금융시스템의 붕괴라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2일자 ).
최근 시중은행들은 편법까지 동원된 원금보장 예금상품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다.
"이 예금은 예금자보호법에 의하여 보호됩니다"라는 문구를 통장에 인쇄
함으로써 해당 금융상품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예금자들에게 설득시키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 모든 현상의 배후에는 예금인출사태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작년말 시작된 외환위기와 금융구조조정으로 일부 종합금융사
시중은행 증권회사의 부도가 현실로 나타나자 예금자들이 정리대상 금융기관
에 몰려 아우성치는 장면이 목격된 바 있다.
예금인출사태(bank runs)란 다수의 예금자들이 예금을 인출함으로써
금융기관의 지불준비금이 고갈되어 버릴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고 이러한
우려 때문에 금융시스템의 붕괴가 현실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기관은 예금액의 일부를 지불준비금의 형태로 보유하고 나머지 금액을
대출하거나 투자한다.
예금자들의 인출액이 지불준비금 이하일 경우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그
이상일 때에는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거나 투자금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회수해야 한다.
대출금은 만기 이전에 회수할 수 없으며 투자는 회임기간이 지나야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예금인출사태가 발생할 경우 일찌감치 인출해간 예금자들은 최소한
원금은 받아가겠지만 뒤늦게 달려온 예금자들은 원금조차도 건지지 못할 수
있다.
<> 예금인출게임
예금인출사태는 간단한 게임을 이용하여 훌륭하게 설명된다.
두 명의 예금자 갑과 을이 각각 5억원을 은행에 예금했다고 하자.
은행은 예입금 10억원을 장기 투자에 출자하였는데 투자만기는 다음달이며
만기시 12억원의 투자수입을 얻는다고 하자.
만약 은행이 만기 전에 투자금액을 회수하면 거래비용 해약금 투자손실
등으로 인해 8억원을 얻는다고 하자.
두 예금자 모두 지금 당장 은행창구로 뛰어 간다면 은행은 각 예금자에게
4억원씩을 지불할 수 있다.
한 예금자만 먼저 은행으로 달려온다면 그는 원금 5억원을 돌려 받지만
뒤늦게 인출대열에 낀 나머지 예금자는 3억원밖에 못 건진다.
두 예금자 모두 만기까지 기다리기로 결정하면 개별예금자는 원금과 이자를
포함하여 6억원을 얻는다.
예금인출게임에는 두 개의 실현가능한 균형상태가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모든 예금자들이 만기까지 기다렸다 각자 6억원씩의 수익을
얻는 상태다.
다른 예금자들이 만기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믿는다면 나도 만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다.
또 다른 균형상태는 모든 예금자들이 즉시 은행으로 달려가는 상태다.
이 상태는 예금자들의 예금인출사태에 대한 우려와 그 우려의 현실화로
특징지어진다.
상대방이 당장 예금을 인출할 것으로 기대되면 나도 역시 당장 은행으로
달려가는 것이 최선이다.
다른 예금자들이 모두 예금을 인출하더라도 나만은 국가발전을 위하여
만기까지 기다리겠다는 사람은 도덕적으로는 존경받을지 몰라도 경제적
으로는 바보다.
예금인출사태의 핵심은 예금자들의 기대(expectation)에 있다.
예금자들 사이에 낙관적 분위기가 팽배하면 실제로 낙관적인 일이 벌어진다.
반면 예금자들 사이에 비관적 분위기가 팽배하면 실제로 비관적인 사태가
벌어진다.
이를 자기실현적 예언(self fulfillingprophecy)이라 말한다.
<> 예금자의 신뢰 회복
이상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예금인출사태로 인한 금융시스템의 붕괴는
그야말로 예금자들의 기대에 달려있다.
한시적 예금인출동결과 예금보험제도는 예금인출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대표적 장치다.
우리 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부실채권으로 은행들이 위기에 처한 경우
한국은행이 저리의 특별융자금을 제공함으로써 부실 금융기관들을 구제
하였다.
그러나 특별융자제도가 정경유착, 인플레이션 유발, 은행의 재무 불건전성
심화 등 많은 역기능을 초래했음은 알려진 바와 같다.
예금보험제도의 합리화와 한국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 강화 가운데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다.
그러나 방법상 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제도가 지향하는 바는
같다.
즉 예금인출사태를 유발하는 예금자들의 비관적 기대를 제어함으로써
금융시스템의 안전화를 꾀하자는 것이다.
부실은행의 퇴출이나 은행간 합병은 금융기관들이 시장 규율에 따라
경쟁하도록 유도한다는 긍정적 측면을 갖는다.
그러나 만약 성급하고 무원칙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예금자들 사이에 비관적
기대가 형성된다면 예금인출사태 및 금융시스템의 붕괴라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