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업공사가 보유한 2천5백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지난 18일 국제입찰에
부친 결과 미국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사에 낙찰돼 매각조건에 대한 협상이
끝나는대로 계약을 맺을 예정이라고 한다. 성업공사와 골드만삭스사는 매각
채권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회사를 만든뒤 이 회사명의로 해외에서 자산담보부
채권(ABS)을 발행해 판뒤 이익금을 일정비율로 나누게 된다.

이번 부실채권 매각은 금융정상화를 앞당기시기 위해 성업공사가 금융기관
들로부터 매입해 보유중인 엄청난 액수의 부실채권 및 현재 진행중인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할 막대한 규모의 부실채권을 서둘러 정리해야
할 우리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또한 이번 거래는 이달초 임시국회
에서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이 통과된뒤 처음으로 성사된 거래라는
점에서도 주목할만 하다.

재정경제부가 채권양도 또는 질권설정에 따른 채무자와 제3자에 대한 대항
요건 완화 및 저당권자 변경 또는 질권설정의 부기등기 생략 등 민법상의
특례조항을 두면서까지 자산유동화법 제정을 서두른 까닭도 ABS발행이 가능
해야 부실채권을 신속하게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동화대상은 성업공사
가 보유한 부실채권뿐만 아니라 일반금융기관의 할부매출채권이나 신용카드
채권 또는 주택저당채권 등 다양한 자산을 포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금융기관들의 자산유동화가 활성화되자면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먼저 자산유동화법에서 유동화방식을 유동화전문회사(SPC) 또는
신탁회사를 통한 증권발행으로 한정함에 따라 금융기관간의 직접매각 또는
주택저당담보부채권(MBB)발행을 통한 다양한 자산유동화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미국과는 달리 대형 금융기관들이 금융시장을 주도하는 유럽
이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별도의 SPC나 중개기관을 통한 유동화의 실익이
거의 없고 시간 및 비용부담만 커지기 때문이다.

이밖에 유동화 대상자산의 적정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관련자료 및 발행된
ABS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전문평가기관 등 본격적인 자산유동화에 필요한
주변여건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는 상황에서 자산유동화 방식을 좁게 제한
하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특히 주택자금 대출금리가 채권유통금리보다 높아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조차 충족되지 않아 주택저당채권의 본격적인 유동화는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장래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자산유동화법에 주식저당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해 둔 정도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근 국민회의와 건교부 일부에서 자본금 2천억원 규모의
주택저당채권 중개기관인 한국주택저당금융(주) 설립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자칫 위인설관식의 기관설립에 동원된 출자기관들에
자금부담만 주기 쉽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