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조세실장 >

기아.아시아 재입찰이 21일 마감됐다.

1차 때와는 달리 미 포드사가 일찌감치 입찰을 포기해 현대 대우 삼성
등이 참여하는 "국내입찰"이 됐다.

기아의 처리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의 핵심과제이다.

기아재입찰이 유찰될 경우 우리 경제가 입게 될 보이지 않는 손실은 실로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낙찰될 경우는 어떤가.

현재 채권단이 제시하고 있는 부채탕감 수준에서는 누가 기아를
인수하더라도 기아의 정상화는 불투명한 상태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아 인수에 따른 부담이 그룹 전체로 확산돼 동반
부실화될 가능성도 높다.

그 이유는 우선 채권단이 제시하고 있는 부채탕감 규모가 미흡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채권단은 법원에 신고한 기아.아시아 자동차의 총부채는
11조8천5백억원이며 이 가운데 원금 2조9천2백10억원을 탕감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2조7천7백67억원 규모의 이자 및 상환기간 조정을 통한 감면과,
2조1천6백3억원 보증채무 면제를 포함하면 전체 부채의 66.3%에 해당하는
7조8천5백90억원의 부채감면 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작년 10월부터 지난 7월까지 발생한 3조3천억원 규모의 공익채권을
추가하면 인수업체가 갚아야 하는 채무는 1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 채권단이 제시하고 있는 부채조정안에 따르면 인수업체는 해마다
1조원 이상을 갚아 나가야 한다.

그러나 국내외적으로 자동차 경기가 침체를 보이고 있고 향후 3년 이내
좋아질 전망이 없는 여건에서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5월 DRI의 전망 자료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시장은 현재 초과공급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이런 현상은 2003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또 국내적으로도 경기침체로 자동차에 대한 내수가 크게 위축되는 가운데
유가 인상 및 자동차세 인상 등 차량유지비 증가로 내수부진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내수든 수출이든 자동차 경기가 3년 이내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인수업체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여기다 신차개발에 최소 2~3년이 걸리고 막대한 개발비가 소요되는 것을
감안할 때 작년 4월 부도에 직면한 이후부터 신차개발이 거의 중단돼다시피한
기아.아시아자동차의 경우 인수업체가 부담할 신차개발의 경제적 부담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재입찰이 유찰되는 것을 막고,또 낙찰되더라도 인숭버체의 동반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채권단 법정관리인 정부 등은 일부
부채의 출자전환 등 획기적인 부채조정안이 포함된 보다 현실적인 입찰조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