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 15일 현재 외환보유액은 4백66억4천만달러, 가용외환보유액
은 4백29억2천만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작년말 외환보유액이 2백4억1천만달러(가용외환보유액은 88억7천만달러)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차이다.
그런데도 일부에선 외환보유액이 아직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조기에 외환보유액을 늘리지 않으면 제2의 외환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어째서일까.
외환보유액은 한 나라가 유사시 대외지급에 사용할수 있는 돈을 말한다.
만일 한 나라가 제때 외채를 갚지 못하거나 수입대금을 지불하지 못하면
그 나라는 부도가 나고 만다.
러시아처럼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 아예 "부도국가"를 자임하고
나서야 한다.
이에따른 대외신인도저하, 대외거래위축을 감수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게 외환보유액이다.
외환보유액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외지급준비자산을 말한다.
크게는 금과 보유외환으로 구성된다.
지난 15일 현재 외환보유액이 4백66억4천만달러에 달했다는건 우리나라가
유사시 동원할수 있는 돈이 이만큼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부와 중앙은행이 보유자산 모두를 금방 사용할수 있는건 아니다.
외국에 빌려줬다거나, 국내은행 해외점포에 빌려준 돈은 상환받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 돈은 유사시에 즉시 사용할수 없다.
따라서 이를 외환보유액에서 빼야 마땅하다.
이를 바로 가용외환보유액이라고 한다.
지난 15일 현재 우리나라가 태국에 빌려준 돈은 2억달러다.
또 한은이 해외점포에 빌려준 돈은 35억2천만달러다.
37억2천만달러를 외환보유액에서 제외하면 가용외환보유액은 4백29억2천만
달러가 된다.
그렇다면 가용외환보유액은 많을수록 좋은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 않다.
안전성위주로 보유액을 운용해야하는 만큼 수익률은 낮다.
잘못하면 놀리는 돈(idle money)이 될수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등에선 통상 연간경상지급액(수입+무역외지급+이전지급)
의 25%를 적정 보유액으로 권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외채만기가 속속 돌아오는 상황에선 이보다 훨씬 많은
보유액이 필요하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