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리를 떨어뜨리기 위해 다시 전방위압박에 나섰다.

재정경제부는 투신사사장단회의를 소집, 회사채를 매입토록 촉구했다.

삼성 대우등 대기업에 대해선 회사채발행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16일엔 국채유찰분 1천8백16억원을 은행들에 강제배정했다.

정부의 이같은 의지는 16일 효력을 발휘했다.

이날 회사채유통수익률은 연 12.90%로 하락했다.

그러나 정부의 금리인하압박이 끝까지 먹혀들지는 의문이다.

국채가 앞으로 10조4천억원 더 발행된다.

여전히 국내금리가 외평채 수익률보다 낮은 상태다.

기업들은 외채상환압력에 쫓기고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금리가 오를 여건이 수두룩하다.

이에따라 정부의 금리인하노력이 단기적으론 효과를 발휘할수 있을지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론 별무효과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정부의 전방위압박 =모든 경제부처와 한은이 함께 소매를 걷어부치고
나섰다.

김종필 국무총리마저 이날 금융통화위원들을 총리공관에 불러 만찬을 함께
하며 금리인하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할 정도다.

선두에 선 것은 단연 재경부다.

재경부는 과거의 행태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투신사사장단회의를 소집, 회사채를 집중 매입토록 "강요"했다.

이날 회사채수익률이 연 12%대로 하락한 것도 이같은 강요 덕분이다.

투신사들은 한발 더 나아가 단기공사채형수익증권 수익률을 0.5-1.0%포인트
떨어뜨리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은행에 대해서도 이날 1천8백16억원의 국채유찰물량을 강제 배정,
금융권에 전방위압박을 가했다.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과 대우 등 대기업에 회사채발행물량축소를 요구했다.

당초 오는 22일 1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던 삼성그룹은 발행규모를
5천억원으로 줄였다.

발행시기도 국채발행(23일)후인 25일로 늦췄다.

당초 8천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던 대우그룹도 규모를 5천억원으로
줄일 계획이다.

재경부관계자는 연 10%까지 회사채수익률을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 금리인하압박의 이유 =우선 장기금리가 너무 뛰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한때 연 11.70%까지 떨어졌던 회사채수익률은 연 13.50%까지 올랐다.

더욱이 장기금리는 더 오를 추세다.

국제금융시장 불안을 우려한 일부 대기업들이 자금확보에 지나치게 주력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장기금리가 계속 상승한다면 모처럼 조성된 금리인하를 통한 기업금융
비용부담 완화정책에 걸림돌이 된다.

적자재정을 메우기 위한 국채발행도 차질을 빚을게 뻔하다.

특히 이달중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대대적인 경기회생을 꾀하려는 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날 공산이 크다.

<> 금리인하압박의 효과 =단기적으론 효력을 나타낼게 분명하다.

금융기관들로선 재경부 "지시"를 어길 재간이 없다.

투신사들이 이날 경쟁적으로 회사채를 매입한 것이 단적인 예다.

그렇지만 중장기적 효과는 장담할수 없다.

오히려 마이너스효과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도처에선 금리를 부추기는 요인 투성이다.

아직도 내외금리차는 역전된 상태다.

외채상환압력을 받고 있는 기업들로선 원화를 확보하려 나설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마당에 회사채발행을 막아버리면 당장 금리를 떨어뜨릴수 있을지는
몰라도 나중에 외환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국채의 강제배정도 마찬가지다.

시장수급에 따른 자연응찰을 유도하지 않고 강제배정을 계속한다면 은행 등
금융기관의 심리는 더욱 불안해진다.

결국 대출을 줄일수 밖에 없다.

이는 신용경색을 심화시키고 만다.

금리인하를 유도하되 시장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