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15일자는 "르윈스키 사건"이 고등학교 등 학생들의 교실까지
파고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롱스 과학고의 한 교사가 칠판에 "정신병자냐(psycho), 악마냐(devil),
아니면 희생자(victim)냐"는 세 단어를 써 놓고 학생들의 견해를 묻는다.

이 교사는 소설에 나오는 세 사람(주홍글씨의 정신병자 디메스데일 목사,
까뮈 이방인의 후회할 줄 모르는 살인마 메르쏘, 그리고 이 시대 지배적
윤리관의 희생양이라고 해석되는 제이 겟츠비)을 들춰낸다.

그리고는 클린턴은 이들중 어느 부류의 사람이냐고 묻는다.

한 여학생이 대답한다.

"클린턴은 그 어느 부류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는 한 남자일 뿐이다.

남자는 다 똑같은 그저그런 존재다"

클린턴 신드롬이 없었다면 이 교사는 워즈워드, 키츠 그리고 제인 오스틴
등 대문호의 사상과 문학세계를 다룰 시간이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런 사회적 저변의 희롱에도 불구하고 스타보고서 이후 클린턴의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일반 유권자들의 지지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일반의 여론을 의식, 11월 선거를 앞두고 클린턴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붓던 민주당 매파들도 비난을 삼가고 있는 형국이다.

일부에서는 스타팀이 개인의 사생활을 들춰내가며 "4천만달러짜리
핍쇼(peep show)"를 제작하는데 급급했다고 엉뚱하게 화살의 방향을
스타팀쪽으로 돌리는 부류도 적지 않다.

공화당도 내심으로는 클린턴이 대통령을 그만 두는 일을 원치 않고 있다.

클린턴의 사임으로 앨 고어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는 것은
공화당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어떻게 해서든지 클린턴이 포기하지 않을 만큼만 괴롭히다 다음 선거에서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 공화당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클린턴이 그냥 버틸 수 있으리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황변화에 따라 급작스러운 사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우선 언론의 입장은 점차 그를 사임쪽으로 몰고가는 분위기다.

스타보고서 이후 클린턴이 사임해야 한다는 사설을 게재한 신문은 주로
지방지들이었다.

뉴 올리언스의 피카윤지를 비롯해 시애틀 타임스, 드모인 선데이 레지스터,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 애틀란타 저널 컨스티튜션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14일부터는 이른바 "빅 보이"들도 사임을 요구하는 사설을
게재하기 시작했거나 게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USA투데이의 경우 14일자 사설에서 "클린턴은 사임해야 한다.

그의 행위가 범죄행위라기 보다는, 그의 행위가 수치스러운 것이었다기
보다는, 스타 보고서에 비쳐진 내용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기때문이
라기 보다는 국가의 이익이 우선돼야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관점에서도
그는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린턴과 대선대결을 벌였던 밥 돌 전상원의원은 "국민의 여론은 중요하다.

현재 나타난 여론결과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

사임 유임의 가능성은 아직까지 50 대 50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신문은 클린턴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것같다는 논조다.

클린턴과 그 주변사람들이 아직도 이번 사건의 법률적 해석에 매달려
있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 사건이 법률적으로 탄핵요건을 충족시키는가는 의문시된다.

클린턴의 행위가 국가에 위해를 끼친 중대범죄에 해당하느냐는 것이
논의의 초점이다.

일반 국민들은 스타보고서를 토대로 할 때 클린턴이 위증과, 권력남용
그리고 사법방해를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그것이 국가를 위기로
몰아 넣을 만큼 중대한 범죄였느냐는데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여론의 급격한 변화가 일지 않는 한 클린턴 탄핵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비법률적 파장이고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가 클린턴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클린턴의 선택폭은 좁다.

그리고 좁은 선택을 고집하는 한 그의 갈 길은 멀다.

< 워싱턴=양봉진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