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어떤 형태의 기업모델이 유행할까.

이 문제는 비단 기업경쟁력 향상에 관심을 두는 기업인의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21세기를 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각 기업모델이 요구하는 바람직한 인재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업모델이란 용어에는 여러가지를 포함시킬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조직
구조에 초점을 맞추어 21세기의 조직구조라고 일컬어지는 네트워크 조직에
대해 논의해 본다.

현재 우리들이 누리고 있는 물질적 풍요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기업모델의
발견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기업모델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자동차 비행기 인공위성 등 매우 복잡한 물건의 제작을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해준다.

하지만 복잡한 물건의 효율적인 제작은 한 사람의 능력만으론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러사람의 능력과 노력을 효율적으로 조합하는 방법, 즉 적합한
조직구조가 있어야만 가능해진다.

예를들어 인공위성을 만드는 과학기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제작에 투입
되는 수많은 사람들의 능력과 노력을 효율적으로 조합하는 조직구조가
없다면 인공위성을 성공적으로 제작할 수 없다.

따라서 인류의 물질적 풍요에 공헌한 정도로 본다면 사업부제와 같은 조직
구조의 발견은 상대성 이론과 같은 과학적 발견과 견줄 수 있다.

[ 유행했던 기업모델 ]

세계기업 발전과정을 보면 19세기후반 수직적 통합전략에 의해 거대기업이
탄생되었다.

이렇게 거대화된 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능식 조직이
고안되었다.

이 방식은 효율성과 규모의 경제를 가져와 기업들의 성과를 향상시켜
거대기업은 물론 중규모 기업으로까지 확산되었다.

20세기 초에는 기업들이 수직적 통합을 뛰어넘어 다각화를 통한 성장전략을
추구하였다.

그러나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서 기능식 조직은 조정과
통합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조직모델이
요청되었고 이에 부합하는 기업모델로 사업부 조직이 고안되었다.

사업부제는 1920년대 듀폰과 GM에 의해 처음으로 도입되어 다각화된 거대
기업을 운영하는 기본 모델로 정착되었다.

[ 21세기 기업모델 ]

거대기업은 규모의 경제에 의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값싸게 생산할 수는
있지만 시장수요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반면 중소기업은 규정이나 절차가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수요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는 있으나 규모의 경제를 향유하지 못한다.

그런데 최근 기업간 경쟁의 격화는 기업들로 하여금 소비자 각자의 욕구에
맞고 품질은 높지만 가격은 싼 제품을 생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네트워크 조직이다.

여러기업들이 원재료및 부품생산 연구개발 조립 판매 등의 가치사슬상에서
분업하며 협력할 때 그 기업들의 집합을 네트워크 조직이라고 한다.

네트워크 조직에서는 참여 기업들이 하나 혹은 일부 기능에 특화한다.

이때 기업간의 거래관계는 어느정도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상황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그래야만 규모의 경제와 유연성을 동시에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거래관계를 형성시켜 주는 기반이 기업간의 신뢰이고, 현실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 장기공급계약이나 상호지분출자 등의 전략적 제휴다.

네트워크 조직이 기업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이유는 각 참여기업이 핵심
역량에 근거하여 전문화하고 모든 역량을 한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각자가
그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네트워크 조직을 이용하여 성공한 대표적인 회사들로는 나이키를
들 수 있다.

나이키는 자신의 핵심역량인 마케팅에만 전념하고 신발의 개발과 생산 등
다른 기능은 전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기업들과 장기 공급계약이나 전략적
제휴를 함으로써 시장수요의 변화에 맞는 제품을 값싸게 판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특히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감량경영을 실시하면서
일부 기능을 아웃소싱하거나 분사화함으로써 네트워크 조직화가 추진되고
있다.

최근의 정보통신기술 발달과 전자상거래 확산은 네트워크 조직의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네트워크 조직이 확산되면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쉽게 창업을
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지식사회가 실현될 수 있다.

거대기업 내부도 변화하여 거대기업 자체가 자율성을 갖는 팀들로 구성된
하나의 네트워크 조직과 같이 변한다.

기능식 조직이나 사업부제 조직에서는 규정과 절차를 잘 따르는 수동적인
인간이 요구되었으나 네트워크 조직에서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능동적
인간, 협상과 교섭능력을 갖춘 인간이 요구되고 있다.

기업간 혹은 팀간의 관계가 더이상 권한이나 위계에 기반한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경묵 < 서울대 교수 / 경영학 kmlee@plaza.snu.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