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될 수 밖에 없을 거예요.

협상이 실패한다고 안해도 되는 구조조정인가요"

LG가 기자회견까지 하며 반도체 경영권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나선 10일.

"구조조정에 차질이 없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업체 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정부가 방향도 잡아주고 일정까지 짜준 구조조정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가 보인 "피해의식"은 지나친게 아니다.

바로 전날 열린 정.재계간담회의의 속을 보면 특히 그렇다.

이 "간담회"는 1시간 정도면 끝날 줄 알았던 예상과 달리 2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난항을 겪고 있다" "진지한 토의가 있나보다"는 추측까지 낳았다.

간담회가 아니었다는건 기자회견장에서 바로 드러났다.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과 김우중 전경련회장 대행이 기자회견실로 들어섰을
때 재경부측은 보도참고 자료를 돌렸다.

20여쪽짜리 이 자료는 지난밤에 이미 만들어진 것인 듯했다.

간담회가 끝난뒤 만든 자료는 아니었다.

결국 간담회는 경제각료들이 일방적으로 정부방침을 통보한 자리였던
것이다.

그룹 총수들이 새벽부터 "강의"를 들었던 셈이다.

그것도 세계적인 추세와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이는 "경영주체 필요론"이었다.

이런 판국에 "반도체 경영권" 정도는 "작은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조급한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미 짜놓은 내용을 통보하는 식으론 구조조정의 핵심을 못
건드린다.

기업들은 "시키는 것"만 하게 된다.

정작 기업들이 필요한 구조조정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권영설 < 산업1부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