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이 전격적으로 합병에 합의한 것은 무엇보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시대적 조류를 두 은행 경영진이 분명히 인식했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직접 합병추진을 결정했고 내부의 반발을 무릅쓰며 결단을 내린
것.

두 은행의 데이트는 지난 5월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기신용은행은 6월 1일 "전략제휴팀"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합병상대
물색에 들어갔다.

국민은행도 이 무렵 "외자유치"와 "합병"을 오가면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파트너 선정작업에 착수했다.

국민이 대동은행 인수, 독자적인 외자유치추진 등으로 한동안 양측간에
논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은 8월말 러시아사태로 외자유치가 여의치 않게
되면서부터다.

마침 회계법인의 경영진단결과가 썩 좋지 않게 나온 것도 위기감을 불러
일으켰다.

상업+한일, 하나+보람 등도 자극제가 됐다.

송달호 국민은행장과 오세종 장기신용은행장이 같은 서울대 상대출신인
점도 촉매제로 작용했다.

여기에 합병실무를 총괄했던 국민은행 윤옥현 종합기획부장과 장기신용은행
최수종 전략제휴팀장도 여러면에서 호흡이 잘 맞았다.

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만큼 좋은 합병파트너가 없다는 생각을 더욱더
강하게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두 은행 연구소가 작성한 금융개혁관련 보고서가 상대방을 최상의
파트너로 지목한 것도 뒷받침이 됐다.

국민이 보고서를 공개한 반면 장기신용은 내부용으로 참고했다는게 차이
라면 차이였다.

이 보고서는 무엇보다 장기신용은행이 현대종합금융, 조흥 외환은행 등
다른 곳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국민은행을 결혼상대로 고르게 했다.

이와함께 제휴선인 국제금융공사(IFC)가 장기신용측에 소매금융부문에
강한 은행과 손잡으라고 요구한 것도 국민은행을 선택한 이유중의 하나나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