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시내 상점들에서 생필품이 사라지고 있다.

시민들은 돈다발을 들고 상점을 기웃거리고 있으나 설탕 식료품 우유 등은
구경도 할 수 없다.

그나마 남아있는 식료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폭등하고 있다.

암달러 시장에서 루블화는 달러당 20~22루블에 거래되고 있다.

중앙은행의 공식환율(달러당 18.9루블)은 의미가 없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이 체르노미르딘 총리 인준안을 부결한지 하루 만인
8일 외신은 모스크바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보리스 옐친 대통령과 공산당 등 반대세력은 권력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옐친은 하원이 3차 투표에서도 총리인준안을 부결시킨다면 의회 해산절차
를 밟을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반대세력들도 이에대응, 옐친 대통령의 탄핵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일부 정치세력들은 "군사 쿠데타 만이 지금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원자력산업 노동자가 파업에 돌입하는 등 노동분규도 확산될 조짐이다.

러시아 경제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면서 세계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러시아의 총 외채는 약 1천5백55억달러.

영국의 신용평가회사인 피치IBCA는 세계 금융기관들이 러시아 사태로
1천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 금융기관의 러시아채권 투자액 17억6천만달러,
경협차관 13억1천만달러등 모두 30억7천만달러가 러시아에 묶여 있다.

러시아 경제회생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서방국들은 이번주말 러시아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모임을 가질 계획이다.

그러나 러시아 정국이 혼미 상태에서 벗어나지 않는한 서방국의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회담도 "러시아의 정치 안정 및 개혁 추진"을 촉구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

러시아가 구소련식 계획경제 체제로 후퇴하지 않도록 옐친 대통령에게
"립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러시아의 정국의 안정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옐친 대통령과 반대세력은 8일 오후에도 막후 협상을 계속했다.

특히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외무장관이 제3의 총리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공산당과 개혁성향의 야블로코당은 "정당에 가입하지 않고 외교력도
뛰어난 프리마코프가 적임자"라며 그를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96년 1월 이후 외무장관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옐친 대통령이 체르노미르딘 카드를 버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