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내려오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새로운 삶과 도약의 기회를 찾았습니다."

전남 여수에서 새고막 양식을 하는 김갑용(39)씨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서울의 한 식품회사에 다니던 월급쟁이였다.

그동안 김씨는 꽉막힌 서울생활이 답답했고 월급쟁이로서의 비전도 크게
보이지 않았다.

수산대학을 나온 김씨는 더 늦기전에 바다에 승부를 걸어보고 싶었다.

드디어 지난해 7월 귀향열차를 타고 서울을 탈출했다.

김씨는 퇴직금과 푼푼이 모아둔 6천만원을 새고막양식장에 투자했다.

김씨는 올해 5ha규모의 양식장에서 3천만원정도의 소득을 올렸다.

귀어를 후회하지않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어려운 점도 많고 위험부담도
있지만 마음도 편하고 공기도 좋아 잘된 결정이란 생각이 든다"며 "가족들도
처음에는 좀 어려워하다 지금은 잘 적응하고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경우처럼 귀농에 이어 귀어로 새로운 출구를 찾으려는 사례가
늘고있다.

특히 IMF이후 실직한 도시 직장인들 가운데 어촌으로 돌아가 고기를 잡거나
양식업을 하려는 귀어희망자가 부쩍 증가, 새로운 실업대책의 방안으로
떠오르고있다.

24일 노동부및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경기가 본격적으로 나빠지기 시작한
지난해이후 도시에서 어촌으로 돌아간 가구는 공식적인 집계로만 4백45가구에
이르고있다.

특히 IMF이후 귀어가가 부쩍늘어 올해만 1백65가구에 이른다.

요즘 지방 어촌지도소 등에는 매달 40~50가구씩 귀어및 영어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귀어희망자의 증가추세는 오는 9월부터 정부의 자금지원이
본격화되면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와 해양수산부는 실업대책차원에서 귀농가에게 영농자금을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귀어가에게 지원할 영어창업자금 20억원(1인당 2천만원)의
예산을 책정, 국회통과를 앞두고있다.

경남 남해 어촌지도소 관계자는 "4천만~5천만원의 자기 돈이 있으면 정부
지원을 받아 조그만 배를 사서 어선어업을 하거나 김 미역양식정도는 충분히
할 수있다"고 말한다.

< 김광현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