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에 지각변동이 예보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곧 전력산업"이라는 등식은 얼마가지 않아 깨질 전망이다.

전력산업의 주체가 한전에서 민간기업으로 확대되리라는 관측이다.

한화에너지의 발전부문 해외매각은 가속도를 붙였다.

철저하게 경쟁체제에서 활동해온 외국업체들이 국내 전력산업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제 전력산업 주체들의 다원화와 그에 따른 경쟁체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력산업을 경쟁체제로 만들려는 시도는 정부가 주도해 왔다.

첫 출발은 민자발전소 건립이라는 수단을 통해서였다.

지난 93년 정부는 신경제 5개년 계획에 따라 민간기업에 발전사업 참여를
허용키로 했다.

민간 참여를 허용함으로써 전력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다.

지금은 색바랜 "신경제"가 전력산업 경쟁체제의 주창자였던 셈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경쟁체제로의 진입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촉매제는 바로 공기업 민영화 조치다.

발표된 내용대로라면 화력발전소 단지 2곳이 매각된다.

이에앞서 올해중에는 정부 소유지분 5%가 매각될 전망이다.

부천 안양등 열병합 발전소 2곳에 대해선 자산평가나 매각 주간사 선정
등의 절차를 밟아 내년 8,9월께 매각을 마치기로 돼 있다.

한전의 사장공채도 경쟁체제 기반을 성숙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첫 공채사장으로 취임한 장영식 사장은 조직내부의 경쟁을 강조했다.

송전 발전 판매분야로 나눠 독립채산제 형태로 경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
이었다.

세 분야의 경쟁을 유도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포석이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근접해 있으면서 메가톤급 영향을 예고하는 조치는
바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안이다.

해외전문기관의 자문을 거쳐 10월께 모습을 드러낼 개편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취임초기 장사장이 제시했던 구상들이 반영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현재 장사장의 구상과 기획예산위원회 등에서 흘러 나오는 얘기를 종합해
개편안의 내용을 추론할 수 있다.

우선 현행 한전 체제는 발전 송전 배전으로 나눠질 공산이 크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송.배전 설비가 필수적임을 감안하면 발전부문이 매각
대상으로 잡힐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포철등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수용가에 대해선 생산자가
한전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력을 팔 수 있어야 한다.

이같은 전력 직공급은 규제완화 차원에서 허용한다는게 정부 입장이기도
하다.

개편안에서 초미의 관심은 한전 설비가 얼마나 매각될 것이냐이다.

산자부와 한전 관계자들의 얘기로는 상상을 넘어서는 규모이다.

가령 발전형태별로 발전소를 묶어 자회사로 만든 뒤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또 배전분야는 지역별 자회사로 만들어 지분을 내다파는 계획도 언급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원자력발전소도 같은 방식의 처리가 추진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전력산업은 철저하게 시장 중심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

발전소 운영주체가 다양한 상황에서 직공급이 허용될 경우 전력공급을
결정하는 요소는 바로 가격이 된다.

전력산업 자체가 치열한 경쟁에 휩싸이게 된다는 얘기다.

경쟁이라고는 익숙치 않은 국내 에너지 업체들로서는 경쟁체질 구축이라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게 됐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