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가 대기업 수출지원 차원에서 할인을 활성화하기로 한 무역어음과
중소기업들에 한정 지원되고 있는 무역금융은 성격이 다르다.

무역어음이란 수출기업이 신용장(L/C)을 바탕으로 수출물품 생산자금 등으로
쓰기 위해 발행하는 것.

기업들은 이 무역어음을 시중은행에 제시해 할인받는 형태로 자금을 대출
한다.

대출기간은 3개월,할인률(금리)은 연 17%가 보통이다.

무역어음은 주로 대기업들이 활용해 왔다.

그러나 무역어음 할인은 금리가 일반대출금리 보다 낮지도 않은데다 이용
절차도 번잡해 실적이 저조했다.

지난 5월말 현재 무역어음 할인잔액은 4천4백21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무역금융은 한국은행 돈을 이용해 은행들이 수출기업에 대출해 주는
일종의 정책자금을 가리킨다.

한은은 은행들의 무역금융 지원실적에 따라 총액대출한도내에서 자금을
각 은행에 배정한다.

이때 지원금리는 연 5%.

기업들에 나가는 무역금융 금리가 13% 수준이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상당한 메리트다.

기업들로서도 무역어음보다 4%포인트 정도 금리가 낮기 때문에 너도나도
몰린다.

그래서 무역금융은 30대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중소기업에만 한정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정부에 허용해 달라고 애원했던게 바로 이 무역금융이다.

하지만 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무역금융 지원은 세계무역기구(WTO)협정 등
국제규범에 어긋난다며 불허입장을 고수했다.

대신 이번에 무역어음 할인률이 13-15% 수준으로 낮아지도록 산업은행
재원을 마련하고 수출보험공사 보증도 확대키로 한 것.

대기업들의 무역금융 허용 요청을 다른 방법으로 풀어준 셈이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