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과천관가의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공무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져 있고 만나는 사람마다 체념한
표정들이다.

심지어 공무원에게는 인권도 없는 모양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IMF라는 국가적 위기를 앞장서 극복해야 할 공무원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

우선 이들은 감사원 검찰 안기부의 정방위 사정에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곳곳에 놓인 덫과 과거행적을 뒤지는 암행감사로 얼어있다.

"감사원의 감사를 받은 후에도 검찰과 안기부가 다시 나서 뒤지고 다닌다.
일할 분위기가 아니다"(한 경제부처 고위공무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여기에다 정치인의 민원까지 겹쳐 공무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재해피해를 우선 복구해달라는 민원에서부터 산하기관의 구조조정계획
정보를 알려달라는 민원까지 귀찮은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관련 업계는 업계대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왜 현장의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현장에 가면 오해받기 십상이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또 말은 못하고 있지만 여름휴가는 언제 갈 지 모르고 눈치만 보고 있다.

월급마저 삭감당했지만 사회각계 모두가 같은 형편이어서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

공무원 사회는 안팎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5년마다 되풀이되는 사정한파와 인센티브결여로 공무원의 복지부동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비리공무원은 적발해야겠지만 공무원에게도 햇볕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 공무원의 말이 엄살만은 아닌 것 같다.

이심기 < 사회1부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