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기상 이변과 재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가뭄과 홍수가 벌갈아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자칫 세계적인 식량난이
닥치지나 않을 지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박사는 그러나 "그동안 낙후산업의 대명사였던
농업이야말로 21세기 미래산업"이라고 규정하고 "식량난과 기아는 완전히
극복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토플러 박사는 최근 본사에 보내온 특별기고를 통해 "현재 농업과 첨단
과학이 접목되는 제3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이를 통해
기후로부터도 자유롭고 고도의 생산성을 가진 농업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기고문을 요약한다.

<정리=김수찬 기자 k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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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앞둔 지금 농업이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월가를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에서 대규모의 자본이 농업 부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다만 21세기 농업은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과는 1백80도 다른 것이다.

지금까지의 농업은 "제1의 물결"인 농부의 노동력과 "제2의 물결"인 농업
기계화와 대량생산체제에 의해 지탱돼 왔다.

또 오늘날 "산업화된" 농업은 농약에 크게 의존해 왔다.

대부분 농장은 병충해를 방지하기위해 토지의 성질과 농작물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같은 양의 농약을 살포해왔다.

이에 따라 토지의 황폐화와 생태계파괴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작물과 토지성질에 따라 농약살포량을 달리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

공장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것처럼 농작물을 생산해냈던 것이다.

한마디로 농업의 대량생산 체제 시대였다.

그러나 이 두 물결은 바야흐로 "정보.유전공학"의 새로운 농업시대를
앞두고 크게 퇴조하고 있다.

인공위성에 장착된 원격조정 센서장치를 이용해 특정 작물에 맞는 최적의
토지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토양의 습도 온도 산성도 염분도 영양상태 등을 체크할 수 있는 첨단
컴퓨터시스템도 가동되고 있다.

레이저 기술의 발달로 농작물에 전혀 해를 끼치지않고 잡초만을 제거할 수
있게 됐다.

"열충격"을 이용한 이 잡초제거기술은 잡초에 태양열을 집중시켜
말려버린다.

이러한 첨단기술개발 덕분에 농부들은 큰 힘들이지 않고 농작물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돌볼 수 있게 됐다.

오늘날 첨단기술이 뒷받침된 이러한 농법을 일부에서는 "초정밀농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국에 있는 화학공학연구소는 이를 두고 "전통적인 농업 가치와 첨단기술이
접목돼 생산성과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컴퓨터 제어시스템으로 작동하는 로봇 트랙터 개발도 상상해볼 수 있는
일이다.

이 로봇 트랙터는 농약 살포량과 농약 종류를 자동으로 컨트롤할 수 있으며
구석진 곳에 숨어있는 잡초도 일일이 제거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짜여있다.

이미 미국의 일부 농장에서는 이 로봇 트랙터보다 한 단계가 낮은 수준의
트랙터와 콤바인을 활용하고 있다.

이른바 "기호화학(semio-chemicals)"이 농업에 이용될 날도 멀지 않았다.

기호화학이란 인체에는 전혀 해가 없으면서 특수신호를 발하는 자연물질을
이용해 해충을 퇴치하거나 유인해 농작물이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농업분야의 "제3의 물결"이 서서히 움트고 있는 것이다.

유전공학으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신중히 그리고 제대로만 활용된다면 유전공학은 가히 혁명을 몰고올 수도
있다.

특정 유전자를 합성하거나 제거해 전혀 새롭고 안전한 농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바이오사이언스 시큐리티즈사"의 사노 시모다 사장은 "이같은 유전공학기술
은 실리콘밸리에서 개발한 기술과 필적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현재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아프리카와 브라질의 일부 지역도 기아로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지구상의 대부분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양질의 음식을 공급받고
있다.

세계식량생산량은 인구증가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오늘날의 기아는 식량부족에서 발생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전쟁 등 정치적
이유와 경제정책실패 그리고 저장시설 등 인프라의 부족에 기인한다.

신기술은 물론 전쟁을 막지는 못한다.

또 경제정책을 제대로 펴도록 유도하지도 못한다.

신기술은 그러나 못쓰는 산악지대 등을 개간해 경작지를 늘릴 수 있다.

농업에 이용된 신기술은 식량생산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다음 세기에는 생분해되는 프라스틱을 만들어내는 식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여기서 윤할유와 석유를 추출해낼 수도 있다.

컴퓨터부품 등 다른 무생물을 자라게하는 "공상과학소설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농업부문의 제3의 물결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경제적 측면에서 토지와 노동력의 중요성은 급격히 줄어든다.

대신 지식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된다.

물론 농산물가격의 하락효과도 가져온다.

환경측면에선 농약을 필요한 양만큼 살포해 농약사용량을 현재보다 90%이상
줄일 수 있어 환경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포장용기도 생분해 가능한 원료를 사용해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

요즘 지구촌을 괴롭히고 있는 엘니뇨 등 기상재해도 극복된다.

첨단 전자장치에 의한 정확한 예보와 기후조건의 변화에 적응하는 종자와
농법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실제 브라질 같은 곳에서는 새로운 종자를 통해 엘니뇨의 피해를 거의
없애는데 성공하고 있다.

소비자입장에서는 식품.의약품의 선택폭이 넓어진다.

치료용 음식도 구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입맛과 필요에 맞는 쌀, 토마토, 감자
등 "맞춤용"식품을 살 수 있다.

세계무역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커피 밀 등이 대량으로 거래됐지만 앞으로는 소규모지만
고부가의 농산품이 주요 거래품목으로 등장하게 된다.

정치.사회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식량부족 등으로 발생하는 사회불안이 해소된다.

지난 60년대 인도가 그랬다.

당시 인도는 녹색혁명을 통해 농촌의 중산층을 만들어냈으며 덕분에 시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농민들도 "고생끝 행복시작"이다.

노동력을 덜 투입하고도 생산량을 늘릴 수 있기때문이다.

물론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도는 녹색혁명으로 연간 9천3백만t의 식량증산효과를 봤다.

오늘날 인도는 연간 1억9천1백만t의 식량을 생산해 국민들이 먹고 사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게됐다.

첨단기술을 농업에 제대로 접목시킨다면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지구상에서 빈곤과 기아를 퇴치시킬 날도 멀지 않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