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모두 찾아두겠다"
컴퓨터연도 표기 문제인 "2000년 문제(Y2K)"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나타나는 반응들이다.
그것도 일반인들이 아닌 컴퓨터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미국의 경영전문잡지인 CIO가 최근 컴퓨터전문가를 설문조사한 데 따르면
응답자의 50%는 "오는 2000년 1월 1일에는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말했다.
비행기 및 관제센터의 컴퓨터시스템이 연도를 인식하지 못해 추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영컨설팅 회사인 가트너그룹도 최근 "컴퓨터업계 종사자의 38%가 2000년
1월1일 이전에 은행에 예치된 돈을 모두 인출할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융시스템이 다운될 것에 대비해 은행에 현금을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이같은 태도는 컴퓨터 분야 선진국인 미국에서 조차 Y2K문제를
해결하지 못한채 21세기를 맞게 될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더우기 거액을 투자해 Y2K 보완작업을 마쳤다는 회사에서조차 예기치 않은
치명적 결함들이 다시 발견되고 있어 우려를 던지고 있다.
미국 석유화학업체인 필립스 페트롤리엄사는 최근 북해지역 안전시스템의
Y2K문제 실험을 했다.
그동안 밀레니엄버그 퇴치에 수억달러를 투자했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시스템이 완전 다운되버린 것.
자동차업체인 크라이슬러는 공장자동화시설에 대한 Y2K실험을 했지만 역시
생산라인이 멈추는 등 헛점이 발견됐다.
AT&T 아메리카온라인 등 통신업체에게서도 이와 동일한 현상이 발생했다.
Y2K실험을 한 미국 기업의 40%가 실패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행정부는 공공기관의 전산시스템중 Y2K문제를 안고 있는 시스템이
8천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중 연도표기 전환작업을 마친 시스템은 40%에도 못미치고 있다.
교통관제시스템 세금징수시스템 의료보험시스템 등 시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도 아직 Y2K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전세계 Y2K사업 비용이 3천억~6천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지난 91년의 걸프전쟁이나 95년 발생한 일본의 고베지진 등의
피해액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분야에 투자된 자금은 추산치의 3분의1에도 못미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세계적으로 Y2K문제로 인한 전산재앙은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미국 IT전문가들에게 21세기 첫 날은 공포의 하루가 될
수 밖에 없다.
Y2K문제의 심각성이 확산되면서 "밀레니엄버그 신드롬"은 일반인에게까지
빠르게 퍼져나갈 전망이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