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무리한 금리인하가 다른 부작용을 초래하지나 않을까.
마침내 하루짜리 콜금리가 한자릿수로 떨어짐에 따라 여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정부가 시장금리 하락을 바탕으로 대출금리인하에 압력을 가하고 있어
기업들의 금융비용부담을 덜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자아내고 있다.
때마침 미국달러화에 대한 원화값도 상대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금리인하
는 절호의 기회라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만일 정부의 의도대로 금리하락이 기업금융비용경감으로 까지 이어진다면
침체를 보이던 실물경기도 되살아날 계기를 마련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시장참가자들의 분위기는 이와 다르다.
시장금리를 아무리 떨어뜨려도 신용위험이 타개되지 않는한 중소기업들에게
돌아오는 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오히려 5대그룹의 자금사정만 좋게 해줘 구조조정을 더디게할 것이란
잿빛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 금리인하 효과 =금리는 역시 높은것 보다는 낮은게 좋다.
비록 부도위험 때문에 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을 꺼리고 있더라도 조달금리
가 떨어지면 대출금리도 내릴수 밖에 없는게 사실이다.
실제 은행대출금리는 지난 6월 평균 연 16.49%로 5월(16.87%)보다 내렸다.
대출을 쓰고 있는 기업과 개인은 미미하나마 금융비용부담을 덜수 있게된걸
부인할수 없다.
시장금리 하락은 돈흐름을 정상화시킬수 계기로도 작용한다.
현재 시중유동성은 넉넉하다.
그런데도 기업들에 돈이 가지 않는 것은 은행들이 떼일 염려 때문에 대출
창구를 아예 막아놨기 때문.
실제 은행대출은 지난달 무려 5조9백19억원 줄었다.
이달들어 2조3천억원 늘었다고는 하지만 작년동기 증가액(3조1천26억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은행들은 대신 한국은행의 환매채(RP)등 안전한 상품과 투신사의 공사채형
수익증권 등 고수익상품에만 여유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돈이 금융권에만 맴돌고 있는 것이다.
금리하락은 이를 타파할 계기가 되는건 분명하다.
투신사수익률이 형편없이 떨어지면 은행들은 자칫 역마진을 볼수도 있다.
이익을 남기려면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가 노리는 점도 바로 이점이다.
<> 금리하락 역효과 =신용경색이 해소되지 않는한 금리하락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란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회사채수익률과 콜금리가 잇따라 떨어지고 있는 것은 5대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자금사정이 그만큼 좋다는걸 뜻한다.
5대 대기업은 이미 회사채 발행물량의 90% 가량을 독식하고 있다.
다른 대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는 소화가 안되기 때문이다.
실제 5대 대기업은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작년 같은 기간(6조8천1백54억원)
의 2.4배인 16조7천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채수익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5대 대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은행들은 총18조원을 중소기업에 대출한다고 나서고 있지만 실제
집행실적은 미미하다.
금리가 아무리 떨어져도 5대그룹 이하가 돈구경하기는 여전히 힘들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문제는 자못 심각해진다.
자금력이 풍부해진 5대 대기업이 신규투자에 나서면 그래도 실물경제에는
보탬이 된다.
그러나 금리가 아무리 떨어져도 5대 대기업의 신규투자는 불가능하다는게
한은의 분석이다.
5대 대기업은 대신 금융비용부담을 덜수 있어 구조조정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렇게되면 기업구조조정은 힘들어진다.
따라서 무리하게 금리인하를 부추기기 보다는 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
은행들이 부도위험없이 대출해 줄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게 시급하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