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제를 둘러싼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의 "스크린쿼터 무용론" 발언 이후 영화계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이에 항의하는 가두시위까지 벌였다.

스크린쿼터란 극장이 연중 1백46일 이상 한국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하도록 만든 제도.

영화계는 이 제도가 할리우드의 공세로부터 한국영화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 본부장은 본지에 8쪽의 정책자료를 보내와 "한국영화 진흥책은
스크린쿼터에서 보조금제도로 전환돼야 한다"는 소신을 다시 강조했다.

올여름 한국영화 최대의 쟁점이 된 스크린쿼터제도의 장단점과 향후
정책방향을 양측의 주장을 통해 알아본다.

<>영화계=현실적으로 할리우드영화의 자본력과 상업성에 맞설 수 있는
나라는 드물다.

스크린쿼터제는 한국이 외국영화 수입 1위국이면서도 그나마 세계 10위권
영화제작국이 되는 보루역할을 해왔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영화외에 비디오 방송 케이블TV 등으로까지
이 제도를 확대하는 추세다.

한국영화는 권위주의시대에 산업화와 예술성 양면에서 강한 통제를
받아와 자생력을 갖추지 못했다.

겨우 통제가 풀리는가 했더니 시장이 전면개방되고 미국영화의 직배가
허용됐다.

자립할 기회를 막아놓고 이제와서 할리우드의 거대자본에 당당히
맞서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스크린쿼터는 GATT(관세및 무역에관한 일반협정) UR(우루과이라운드)
서비스협정 등 국제통상교역에서도 "예외"로 인정되는 제도다.

극장건립에 쓰여진다는 5억 달러의 외자유치가 문제가 아니다.

영화는 엄청난 사회적 결집력과 산업적 파급력을 지녔으며 국가의
신인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므로 보호돼야 한다.

<>통상교섭본부=현재 전세계 11개 국가가 스크린쿼터제를 운영한다고
하나 이중 의무상영일수가 1백일 이상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프랑스의 경우 의무상영일수가 1백40일로 잘못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 조항은 적용사례가 없어 사문화 됐다.

대상도 "프랑스영화"가 아니라 "EU(유럽공동체)영화"이다.

이탈리아는 96년 스크린쿼터제를 폐지하고 대신 자국영화 상영시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현재의 의무상영일수는 한국영화의 공급량에 비해서도 과다하다.

93년 이래 한국영화의 연간 제작편수는 60편 내외로 전체 영화의 10%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극장은 연간 상영일수의 29-40%를 할애해야 한다.

이는 극장산업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국극장수는 93년 6백40개에서 97년 5백2개로 22%가 감소했다.

일본 말레이지아 등 스크린쿼터가 없는 나라의 스크린수가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영화에 대한 진흥정책은 이제 스크린쿼터처럼 외국영화의 수입을
직접 제한하기보다는 보조금 지원 등 통상마찰이 적은 방법으로 추진돼야
한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