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최양이라 명명한다.
태양의 정령과 순양의 성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강한 병화라면 가을의
서리도 겨울의 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를 일컬어 기상모설(서리를 속이고 눈을 깔본다)이라고 한다.
이 경우 서리와 눈은, 음수인 계수의 시적 표현임은 이미 설명했다.
독불장군의 성격을 가진 까닭에 목의 상생작용을 거의 받지 않으며, 음화인
정화(촛불)도 병화를 강하게 하는데는 별무소용이다.
상극의 정리에서 화극금(불이 금을 녹인다)이 이루어짐은 알고 있는
사실인데, 양금인 경금은 병화가 쉽게 달구어 녹여 낼 수 있는 반면, 음금인
신금과의 관계는 조금 묘한 데가 있다.
병화는 신금의 남편으로서 상호 애정으로 결합하는 관계가 되어 오히려
자신의 힘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결혼후 대개의 가정에서 가권을 아내가 쥐게 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병화가 토를 만나게 되면 화생토하여 자신의 기가 빠져 나가기 때문에
빛이 어두워진다.
이를 일컬어 토중생자(토가 무리지으면 자애심을 낳는다)라고 했는데,
건조한 양토인 무토나 비옥하고 축축한 음토인 기토의 무리를 만나게 되면
최강한 병화가 그 용맹스런 기운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기토가 주는 폐해가 더욱 커서, 적천수 원문에는 병화의 원양지기를 흡수할
수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양수인 임수는 땅위의 강물이나 호수같은 것으로서 병화와의 상호관계가
원만하다고 할 수 있다.
상극을 심하게 받는 경우는 계수를 만날 때이다.
보통의 힘을 가진 병화로서는 음수인 계수(빗물)를 이겨내지 못한다.
계수는 최고로 약한 음인데 최고로 강한 병화를 이기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성철재 <충남대 언어학과 교수/역학연구가 cjseong@hanbat.chungnam.ac.k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