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을 들고 길을 걷는다
목이 말라 손가락으로 강물위에
사랑한다라고 쓰고 물을 마신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리고
몇날 며칠 장대비가 때린다
도도히 황톳물이 흐른다
제비꽃이 아파 고개를 숙인다
비가 그친뒤
강둑 위에서 제비꽃이 고개를 들고
강물을 내려다 본다
젊은 송장 하나가 떠내려오다가
사랑한다
내 글씨에 걸려 떠내려가지 못한다

-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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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50년 대구생. 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등.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