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저널] '애덤 스미스와 박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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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와 삼성간의 계약이 구설수에 올라 있다.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박세리는 그에 걸맞는 부를 누리게 됐다.
그러나 그 크기가 기대이상으로 불어남에 따라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 이를
어떻게 분할하는 것인가를 놓고 시비가 오가는 모양이다.
일각에서는 박세리와 삼성간의 계약은 "노비문서나 다름없다"는 격한 표현
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계약과 관련해 자주 인용되는 얘기가 국부론의 저자 아담 스미스와 그가
가르친 스코트란드의 공작 버크루간의 일화다.
아담 스미스는 스코트란드의 항구도시 글래스고우대학의 도덕철학교수였다.
그는 5백파운드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
그의 명성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버크루공작은 아담 스미스를 가정교사로
맞아들이며 사망할 때까지 매년 1천파운드씩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버크루 공작은 그뒤 아담 스미스가 에딘버러 관세청장의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 자리에서도 연간 1천5백파운드의 봉급이 나왔다.
그러자 아담스미스는 버크루 공작에게 "관세청 봉급만으로도 충분하니
가정교사직에 대한 보수는 받지 않겠다"고 편지를 냈다.
이에대한 버크루공작의 대답이 걸작이다.
"선생께서는 자신의 명예만 생각할 뿐 이 버크루공작의 명예는 전혀 고려치
않는 것 같습니다"
버크루 공작이 아담 스미스에게 평생 가정교사 봉급을 지급한 것은 물론
이다.
신사들간의 계약이 얼마나 신성한 것인 지를 보여주는 멋진 일화다.
이같은 신사정신이야 말로 계약문화의 본질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남아일언중천금이라는 표현도 같은 뜻일 게다.
일단 계약을 했으면 다소 불이익이 생기더라도 계약 당시의 정신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계약의 기본 철칙이요, 현대경제사회를 지탱해 주는 원칙이다.
계약에 의문이 있거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서명전에 이를 따져
묻고 수정하는 것이 계약의 ABC다.
물론 계약당사자중 유리한 쪽에서 계약에 무리가 있다고 느끼고 수정을
제의하면 문제는 쉽게 풀린다.
삼성이 그런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분명히 삼성에게는 박세리선수의 잠재력을 발굴해 내고 이를 키운
공이 있다.
장사를 해본 사람이면 장사거리를 찾아내는 것 자체가 가장 어려운 일
이라는 것을 잘 안다.
삼성은 35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박세리 선수가 이렇게까지 잘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이른바 리스크(risk)를 건 것이다.
소위 요즘 유행하는 전형적 벤처 캐피탈리스트였다고나 해야 할까.
그렇다고 계약만을 들먹이며 자기 몫을 한푼도 놓치지 않겠다는 것 또한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삼성이 박세리의 보다 더 큰 발전을 원한다면 이 쯤에서 슬그머니 한발
뒤로 물러서 주는 것도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미국인들은 삼성이 박세리선수를 군대식으로 훈련시켜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데 대해 그리 곱지 못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분위기다.
국가적 차원이나 기업적 차원에서 양성된 선수가 그린을 제패한다는데 대한
아쉬움 같은 것이다.
그런 이미지는 장기적으로 볼 때 삼성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구 소련 붕괴전 동구권의 스포츠 선수들은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역량을
보여줬다.
이에대한 서양의 반응은 탁월함에 대한 찬사보다는 "비인간적인 훈련"의
결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했다.
박 선수의 아버지가 그녀의 담력을 길러주기 위해 한밤중에 공동묘지에
혼자 놔두고 내려온 경험이 있다는 얘기를 미국방송들이 자주 거론하는
모습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아이들은 곱게, 그리고 정상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상식에 반하는 문화적
충격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양측이 아담 스미스와 버크루 공작 같은 자세를 취하기를 기대해 본다.
양봉진 < 워싱턴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7일자 ).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박세리는 그에 걸맞는 부를 누리게 됐다.
그러나 그 크기가 기대이상으로 불어남에 따라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 이를
어떻게 분할하는 것인가를 놓고 시비가 오가는 모양이다.
일각에서는 박세리와 삼성간의 계약은 "노비문서나 다름없다"는 격한 표현
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계약과 관련해 자주 인용되는 얘기가 국부론의 저자 아담 스미스와 그가
가르친 스코트란드의 공작 버크루간의 일화다.
아담 스미스는 스코트란드의 항구도시 글래스고우대학의 도덕철학교수였다.
그는 5백파운드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
그의 명성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버크루공작은 아담 스미스를 가정교사로
맞아들이며 사망할 때까지 매년 1천파운드씩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버크루 공작은 그뒤 아담 스미스가 에딘버러 관세청장의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 자리에서도 연간 1천5백파운드의 봉급이 나왔다.
그러자 아담스미스는 버크루 공작에게 "관세청 봉급만으로도 충분하니
가정교사직에 대한 보수는 받지 않겠다"고 편지를 냈다.
이에대한 버크루공작의 대답이 걸작이다.
"선생께서는 자신의 명예만 생각할 뿐 이 버크루공작의 명예는 전혀 고려치
않는 것 같습니다"
버크루 공작이 아담 스미스에게 평생 가정교사 봉급을 지급한 것은 물론
이다.
신사들간의 계약이 얼마나 신성한 것인 지를 보여주는 멋진 일화다.
이같은 신사정신이야 말로 계약문화의 본질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남아일언중천금이라는 표현도 같은 뜻일 게다.
일단 계약을 했으면 다소 불이익이 생기더라도 계약 당시의 정신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계약의 기본 철칙이요, 현대경제사회를 지탱해 주는 원칙이다.
계약에 의문이 있거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서명전에 이를 따져
묻고 수정하는 것이 계약의 ABC다.
물론 계약당사자중 유리한 쪽에서 계약에 무리가 있다고 느끼고 수정을
제의하면 문제는 쉽게 풀린다.
삼성이 그런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분명히 삼성에게는 박세리선수의 잠재력을 발굴해 내고 이를 키운
공이 있다.
장사를 해본 사람이면 장사거리를 찾아내는 것 자체가 가장 어려운 일
이라는 것을 잘 안다.
삼성은 35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박세리 선수가 이렇게까지 잘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이른바 리스크(risk)를 건 것이다.
소위 요즘 유행하는 전형적 벤처 캐피탈리스트였다고나 해야 할까.
그렇다고 계약만을 들먹이며 자기 몫을 한푼도 놓치지 않겠다는 것 또한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삼성이 박세리의 보다 더 큰 발전을 원한다면 이 쯤에서 슬그머니 한발
뒤로 물러서 주는 것도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미국인들은 삼성이 박세리선수를 군대식으로 훈련시켜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데 대해 그리 곱지 못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분위기다.
국가적 차원이나 기업적 차원에서 양성된 선수가 그린을 제패한다는데 대한
아쉬움 같은 것이다.
그런 이미지는 장기적으로 볼 때 삼성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구 소련 붕괴전 동구권의 스포츠 선수들은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역량을
보여줬다.
이에대한 서양의 반응은 탁월함에 대한 찬사보다는 "비인간적인 훈련"의
결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했다.
박 선수의 아버지가 그녀의 담력을 길러주기 위해 한밤중에 공동묘지에
혼자 놔두고 내려온 경험이 있다는 얘기를 미국방송들이 자주 거론하는
모습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아이들은 곱게, 그리고 정상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상식에 반하는 문화적
충격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양측이 아담 스미스와 버크루 공작 같은 자세를 취하기를 기대해 본다.
양봉진 < 워싱턴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