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이 13일부터 운전기사 없이 손수 승용차를 몰고
출퇴근하기 시작했다.

정 명예회장은 앞으로 출퇴근 때는 반드시 손수 운전하기로 했으며 웬만한
약속에도 운전기사 없이 직접 차를 몰고 나가기로 했다.

의전상 운전기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용역회사에 의뢰해 운전기사를 일정
시간 불러다 쓴다는게 정 명예회장의 생각이다.

정 명예회장의 운전기사는 이미 7월초 퇴직했다.

정 명예회장의 손수운전은 경비절감을 위한 다운사이징의 일환이다.

정 명예회장은 손수 운전에 나서면서 "어려운 시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경영자 스스로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을 임원들에게 누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영환경이 좋을 때야 누구나 경영을 맡을 수 있지만 지금처럼 경영
환경이 최악일 때는 종업원들이 스스로 따를 수 있는 뛰어난 리더십 있는
사람만이 경영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명예회장이 이미 지난 96년말부터 해외출장때 비행기 좌석을
퍼스트클라스(1등석)에서 비즈니스클라스(2등석)로 등급을 낮추는 등 절약을
몸소 실천해 왔다"며 "손수 운전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주영 명예회장을 빼놓고는 그룹내 가장 "웃어른"이 직접 운전대를 잡자
고민에 빠진 사람들은 그동안 운전기사를 두던 전무 및 부사장급 이상
임원들.

정 명예회장은 이에 대해 "모든 임원들이 운전기사를 없애라는 뜻은
아니다"며 "스스로의 판단에 맡길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다수 임원들이 정 명예회장과 마찬가지로 손수 운전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동차의 경우 이미 운전기사를 모두 용역으로 전환한 상태여서 임원들이
당장 직접 운전대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5일자 ).